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세운 ‘720만 명 신용대사면(赦免)’ 공약은 2008년 정부 출범 직후 신용회복기금 조성을 통한 72만 명 지원으로 축소됐고, 임기 동안 실제 지원은 49만여 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공약에서 채무불이행자 322만 명을 구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구체적 지원 대상과 방법을 조기에 확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금융위원회와 한국자산관리공사 (캠코) 등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조성된 신용회복기금을 통해 지원받은 사람은 모두 49만4389명(2008∼2012년 기준)으로 집계됐다.
원금 감면과 장기 분할 상환을 포함한 채무재조정 대상이 32만582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고금리 대출을 저리 대출로 전환해주는 바꿔드림론 14만403명, 1000만 원 이내에서 신용대출을 해주는 ‘캠코 두배로 희망대출’ 2만6597명, 캠코가 주선하는 취업지원 1566명 등이었다.
2007년 대선 당시 ‘720만 명 신용대사면’ 공약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과 함께 72만 명 지원으로 바뀌었다. 구체적인 지원 대상은 그해 7월에야 확정됐다. 신용회복기금을 출범시키면서 채무재조정과 바꿔드림론 등을 주요 방안으로 결정한 것이다.
대선 공약 발표때부터 약 1년 동안 국민의 기대감만 높였다가 결국 실망과 함께 정책에 대한 신뢰를 깨뜨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구체적 지원 대상과 방법을 결정하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탓에 국민의 혼란도 적지 않았다.
새 정부도 서민의 신용회복을 우선 정책과제로 내세운 가운데 이명박 정부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 정부는 이달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한 뒤 채무불이행자의 신용회복을 다각도로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원 대상자에 대한 윤곽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고 곳곳에서 모럴해저드 논란이 일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역대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신용대사면 공약을 제시했지만 실제 지원 규모는 크게 줄어들었다”며 “처음부터 지원 대상을 명확히 하고 국민에게 쓸데없는 기대감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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