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공장이 완공되는 양조회사의 비상장주식을 매입하면 단기에 투자금 대비 몇 배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70대 주부 김모 씨는 여윳돈을 굴릴 곳을 찾다가 2011년 12월경 아는 사람을 통해 한 업체를 소개받았다.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에 김 씨는 4000만 원을 이 업체에 투자했지만 입금한 뒤 곧 연락이 끊겼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양조공장은 착공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2009년 11월 은퇴한 60대 박모 씨는 지인의 소개로 한 발광다이오드(LED) 업체에 3억2000만 원을 투자했다. LED사업이 유망하다는 소문도 들었고, 이 업체가 “매달 투자금의 10%를 이자로 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이자 등 형식으로 10차례에 걸쳐 총 1억2000만 원을 돌려받았지만 지난해 사장이 잠적했다. 박 씨는 은퇴자금 2억 원을 고스란히 날렸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투자자에게 약속했다가 돈만 ‘먹고 튀는’ 불법 유사수신업체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6일 “지난해 적발한 유사수신업체가 65곳으로 2011년 48곳에 비해 35.8% 늘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해당 업체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유사수신업체는 금융기관으로 등록 및 신고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금 이상의 수익을 준다’고 약속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회사다. 통상 몇 배 수익을 보장하지만 돈이 입금되면 회사 관계자가 잠적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상호나 사무실을 수시로 바꾸고 짧은 기간에 자금을 모아 사라지는 소위 ‘떴다방’ 식 위장영업을 한다. 자금을 모으는 동안 투자금의 일부를 마치 수익금인 것처럼 돌려줘 안심시키는 수법도 자주 쓴다.
김병기 금감원 서민금융지원팀장은 “자금 운용에 애로를 겪고 있는 서민들의 노후자금을 노리고, 투자자들의 ‘대박 심리’를 자극하는 등 유사수신행위가 더욱 지능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지역별로 지난해 적발된 유사수신업체 65곳 중 대부분은 서울(48곳)과 경기(7곳) 등 수도권에 몰려 있었다. 또 비상장주식 매매 등을 내세운 금융업이 35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지인의 소개(38곳)를 통해 투자한 사례가 많았다.
김 팀장은 “몇몇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을 돌려주면서 입소문이 나게 한 뒤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고 잠적하는 게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제도권 금융회사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수익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업체는 유사수신업체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고수익을 약속하는 업체의 투자권유를 받으면 ‘서민금융119’ 인터넷 사이트(s119.fss.or.kr)에서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확인하고 지인에게서 고수익 투자를 소개받더라도 반드시 금감원과 상담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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