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양적 완화 정책은 다른 나라 돈으로 자국 수출을 끌어올리겠다는 뜻이다. 이는 이웃 나라를 쓰레기통(garbage bin) 취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중국투자공사 가오시칭·高西慶 총경리)
“올해 중국의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 주요국들이 경쟁적으로 자국 화폐가치를 떨어뜨리면 유동성이 과잉 공급될 것이다. 이는 세계 경제에 좋지 않다.”(천더밍·陳德銘 중국 상무부장)
중국의 경제 리더들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아베노믹스(엔화 공급 확대로 경기 부양)’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동안 일본의 양적 완화 정책에 그다지 목소리를 내지 않던 중국이 ‘엔저(円低)의 공습’에 따른 자국 경제의 악영향을 우려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 中 “엔저, 더이상은 못 참아”
8일(현지 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96.60엔까지 치솟았다. 엔-달러 환율이 96엔대로 오른(엔화가치 하락) 것은 2009년 8월 중순 이후 약 3년 7개월 만이다. 지난해 11월 초 79.82엔 수준이던 엔-달러 환율은 8일 94.92엔으로 4개월 만에 18.9%나 올랐다.
엔화 가치의 하락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지자 그동안 ‘아베노믹스’를 관망해왔던 중국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천 상무부장은 8일 “일본 엔화를 비롯해 달러, 유로 등 주요국 통화의 약세는 중국과 다른 신흥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일본 미국 유럽의 중앙은행이 시행 중인 양적 완화 정책은 자국의 필요에 의해 시행돼야 할 뿐 다른 국가에 영향력이 퍼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6일에는 가오 총경리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정책은 다른 나라에 해가 될 뿐 아니라 일본 자체에도 이롭지 않다”며 “일본이 책임감 있는 국가로 행동하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중국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자국 통화의 가치 상승을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또 자국의 고정환율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해 최근의 ‘환율 전쟁’에 대해서도 모호한 자세를 취해왔다.
하지만 일본의 엔저 정책이 주요국의 통화가치 절하 경쟁을 촉발했고, 중국으로 외국 투기자본이 유입되는 모습을 보이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환율전쟁, 새 국면으로 접어드나
중국이 연초와 달리 선진국의 양적 완화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면서 올해 글로벌 환율전쟁 양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선진국들의 양적 완화 정책에 대해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자국의 인플레이션이다. 최근 중국 내부에서는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의 공격적인 양적 완화 정책으로 ‘핫머니(투기성자본)’가 대량 유입돼 중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적 완화로 글로벌 유동성이 늘어나면 핫머니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투기성 자본의 과도한 유입은 금융시장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
실제 최근 발표된 올해 1월 중국의 신규 외국환평형기금은 월별 역대 최고치인 6836억5900만 위안(약 119조5358억 원)으로 급증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의 이강(易綱) 부행장 겸 국가외환관리국장은 최근 “미국과 일본 등의 중앙은행이 돈을 풀면서 투기자금이 중국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우려했다. 여기에 천위루(陳雨露) 런민은행 학술 고문까지 가세해 “환율전쟁의 양상이 상당히 심각하다”며 “중국은 명백히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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