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형저축은 가입 자격이 ‘소득 5000만 원 이하 직장인, 3500만 원 이하 자영업자’로만 돼 있다. 휴직 연수 등으로 전년도에 일시적으로 소득이 줄어든 고소득자도 가입할 수 있다. 반면 ‘서민과 중산층의 재산 형성’이라는 취지에 맞는 일용직 근로자나 영세사업장 근로자는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았거나 증빙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가입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용직 근로자 김모 씨는 “서민 없는 재형저축”이라고 비판했다.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의 예탁금 비과세도 유사하다. 이 제도는 1976년부터 영세한 서민들의 자산 형성을 목적으로 시작됐다. 3000만 원 이하의 예·적금에 붙는 이자소득세 15.4%(주민세 포함)를 면제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서민들은 혜택을 알지 못하거나 자금 여유가 없어 이 제도를 이용하기 어렵다. 반면 이재(理財)에 밝은 고소득층은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입 자격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아 비과세의 취지가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알고 폐지하려 했지만 국회의 반대에 부딪혔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정치권 논리에 따라 작년 말 종료 예정이던 비과세 혜택이 2015년 말까지 연장됐다”며 아쉬워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중소기업 근로자 전용 재형저축’을 내세운 바 있다. 이 공약은 새 정부 출범 이후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중소기업 근로자들도 저마다 재산이나 소득은 크게 다르다. 중소기업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일괄적으로 세제 혜택을 준다면 새로운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한번 만들면 없애기도 고치기도 어려운 게 세제(稅制)다. 비과세나 감면 혜택은 납세자 대부분이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 목적에 맞는 대상에게 혜택을 줘야 형평성 논란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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