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미만 자투리펀드는 ‘좀비 펀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2일 03시 00분


사실상 방치된 소규모 펀드
금융당국 청산 의지에도 2012년 1.3%P 다시 늘어

설정액 50억 원 미만인 ‘자투리 펀드’가 금융당국의 청산 의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다시 늘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소규모 주식형 펀드 비중은 2010년 36.1%에서 2011년 29.2%로 줄어들었다가 2012년에는 30.5%로 다시 늘었다. 금융감독원은 소규모 펀드가 난립하면서 펀드 시장 발전을 저해한다고 보고 2011년 초부터 자투리 펀드를 청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금투협이 자산운용사들로부터 자투리 펀드 청산계획을 받아 실행하면서 2011년 이후 1000여 개의 소규모 펀드가 청산됐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투리 펀드가 다시 늘어난 건 최근 주식시장 상황 때문. 주가가 크게 상승세를 타지 못하자 지난해 펀드를 환매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자투리 펀드는 일반적으로 규모가 큰 펀드에 비해 수익률에서 불리하다. 김후정 동양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설정액이 작으면 포트폴리오를 효율적으로 구성하기 어렵다”며 “펀드매니저 입장에서도 규모가 큰 펀드가 수수료 수입에 더 도움이 되니까 신경을 더 쓰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수익률이 저조하면 투자금이 빠지고, 소규모 펀드가 되면 수익률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 구조에 들어가는 것이다.

실제로 ING자산운용이 내놓은 ‘ING그린포커스 1(주식)종류A’는 설정액이 1억 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수익률은 ―9.07%, 3년 수익률은 ―4.49%였다. 비교 대상인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지난해 8.33%, 3년 수익률 22.64%였다.

이 펀드만 아니다. 한국투자운용에서 2009년 11월 내놓은 압축포트폴리오분배형펀드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설정액이 50억 원을 넘은 적이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설정액은 13억 원. 지난해 수익률은 ―4.57%, 최근 3년간 수익률은 ―4.77%였다. 한때 ‘펀드 왕국’이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내놓은 코스닥스타30인덱스펀드는 설정액이 4억 원, 지난해 수익률이 ―9.42%였다.

이런 자투리 펀드를 청산하는 것도 쉽지 않다. 설립 1년이 지났고, 설정액이 50억 원 미만이면 고객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청산할 수 있게 돼 있지만 대고객 관계 때문에 막 없애긴 힘들다. 신재생에너지펀드를 운용하는 한 매니저는 “어차피 손실이 났으니 당장 환매하지 않겠다는 가입자들이 적지 않아 펀드 청산을 밀어붙이기 힘들다”여 “이런 경우 사실상 운용에 손을 놓게 된다”고 말했다.

김경영 금융감독원 상품심사1팀장은 “투자자가 청산을 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청산을 마냥 늦추는 것은 고객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수익률이 좋은 펀드로 갈아타도록 설득하는 것이 투자자를 더 배려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소규모펀드#좀비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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