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사실상 부모, 자식 간 증여 거래인데도 법인을 끼고 편법적으로 주식을 ‘양도 거래’한 사례들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자산관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이 법인을 통한 주식 증여까지 본격적으로 점검한다는 소식에 부유층의 주식거래를 담당하던 업계 관계자들이 모두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전했다.
국세청은 강경한 태도다. 한 국세청 관계자는 “상법(商法)과 세법(稅法)이 다른 만큼 세법을 편법적으로 피한 거래를 통해 부당한 소득을 올렸다면 세금을 징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세청의 이런 움직임에는 새 정부의 공약인 ‘경제민주화’가 배경에 깔려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각종 불공정행위를 근절해야 우리 경제가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며 경제 부흥의 전제조건으로 경제민주화를 꼽은 바 있다. 이런 기조를 고려해 박 대통령의 다른 공약인 ‘지하경제 양성화’ 외에 국세청이 ‘주식을 통한 부의 부당세습 근절’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발굴한 셈이다.
편법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피해 주식, 부동산을 양도한 기업 및 개인에 국세청이 추징한 세금은 2011년에만 4440억 원. 2006년 1898억 원에서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특히 국세청은 과거 대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자식에 대한 ‘주식 편법증여’가 중소규모 기업까지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주가가 낮은 수준으로 정체돼 주식 증여를 통한 탈세가 용이한 환경이 만들어졌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복잡한 금융 파생상품까지 활용한 탈세를 막기 위해 관련 직원을 3배 이상으로 늘리고 전담 과(課)까지 설치했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주식 편법증여’ 근절에 나선 국세청은 일관성과 지속성을 갖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상속과 증여가 투명해지면 우리 사회의 반부유층 정서도 함께 완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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