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새 심장이 뛴다]<4>현대重 해양엔지니어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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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3일 03시 00분


해양플랜트 강국 이끄는 ‘두뇌 집합소’

“우리가 해양플랜트 설계 브레인이에요” 현대중공업 해양엔지니어링센터 구조과 김정우 부장, 정은진 센터장, 배관과 김헌조 부장(앞줄 왼쪽부터)이 직원들과 함께 센터에서 자체 설계한 3차원(3D) 해양구조물 설계도를 배경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우리가 해양플랜트 설계 브레인이에요” 현대중공업 해양엔지니어링센터 구조과 김정우 부장, 정은진 센터장, 배관과 김헌조 부장(앞줄 왼쪽부터)이 직원들과 함께 센터에서 자체 설계한 3차원(3D) 해양구조물 설계도를 배경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서울 종로구 수송동 현대중공업 해양엔지니어링센터. 현대중공업의 차세대 성장 동력이 집결돼 있다는 이곳을 최근 방문했다. 보이는 것은 직원 55명과 여러 대의 컴퓨터가 전부였다. 복잡한 기계장치, 화려한 최첨단 설비를 기대했다가 실망한 기자의 눈빛을 눈치 채기라도 한 듯 정은진 해양엔지니어링센터장이 대형 스크린에 고정식 해양 플랫폼의 3차원(3D) 설계도를 띄웠다. 마우스가 움직일 때마다 푸른 바다 위에 여러 색상의 파이프로 연결된 복잡한 해양설비 구조의 설계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2015년 7월 울산조선소에서 제작해 말레이시아 코타바하루에서 동북쪽으로 150km 떨어진 바다에 세워질 이 해양설비의 상세 설계도를 현대중공업 해양엔지니어링센터에서 그리고 있다.

겉으로는 여느 사무실과 다를 바 없이 보이지만 이 공간은 직원들의 머릿속에 집적된 설계 노하우로 고난도 해양 설비 설계 작업을 진행하는 ‘브레인 집합소’였다.

○ ‘설계 독립’으로 해양 시장 장악

현대중공업이 울산의 조선소를 떠나 서울 한복판에 해양엔지니어링센터를 만든 것은 지난해 7월이다. 점점 커지는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고도화된 설계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우수 인력을 끌어모으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컨테이너선이나 벌크선 등 일반 상선은 자체적으로 축적한 기술력이 있어 조선소 한 곳이 설계부터 건조까지 다 할 수 있다. 그러나 고난도 설계 기술이 필요한 해양플랜트는 다르다. 해양플랜트 발주처는 설계는 설계 전문회사에, 건조는 조선사에 발주한다.

발주처들은 해양플랜트 설계는 경험이 풍부한 해외 전문 설계회사에 맡긴다. 해양플랜트는 한 번 만들어지면 20∼30년 동안 사용해 고장이 잦으면 안 될뿐더러 한 번 사고가 나면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처럼 엄청난 재앙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조선사들은 모든 프로젝트에서 설계부터 수주까지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정 센터장은 “지금은 해양플랜트 설계를 하고 싶어도 발주처에서 일을 주지 않아 못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설계와 제작을 같이 수행할 수 있는 업체가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플랜트 설계는 부가가치가 큰 분야다.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한 척의 설계로 전문 설계회사가 챙기는 돈이 약 1억 달러(약 1100억 원) 정도다. 정 센터장은 “한 해 FPSO 2척에 고정식 플랫폼 2척을 수주한다고 가정하면 설계비로만 3억 달러(3300억 원) 정도 나갑니다. 자체 설계를 하면 이런 외화를 우리가 벌어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설계를 자체적으로 하면 제작 공정과 연계해 작업하기도 편하다. 제작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설계 도면을 그리면 건조 경쟁력까지 높아진다는 것이다.

○ 좋은 인력 길러낼 교육장 역할도

해양엔지니어링센터는 설립된 지 만 1년이 안 됐지만 벌써부터 성과를 내고 있다. 일부 공사는 발주처를 설득해 현대중공업 기술로 설계를 하거나 외국 설계회사가 그린 설계 도면을 국내 제작 현장에 맞게 수정하기도 한다.

3년 전 수주한 태국 봉콧 해양플랜트 건설 프로젝트의 경우 설계까지 맡아 작업을 벌여왔으며 지난해 12월 발주처의 최종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수주한 말레이시아 카리갈리 고정식 플랫폼 프로젝트는 현대중공업 직원 8명이 말레이시아 현지로 파견돼 고정식 해양 구조물의 설계를 하고 있다. 올해 7월 1차 설계가 마무리되면 서울에서 마무리 설계 도면을 그려 울산 조선소로 내려 보내 건조에 돌입할 예정이다.

최근 유가가 급등하면서 심해 유전 개발 활성화로 해양플랜트 인력은 ‘귀하신 몸’이 됐다. 해양플랜트 설계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수한 설계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를 감안해 센터에서는 장기적으로 좋은 인력을 길러내는 교육에도 노력을 쏟고 있다. 정 센터장은 “해양플랜트 설계는 일반 상선과 달리 표준화된 작업이 거의 없다. 발주처가 10곳이라면 10개의 다른 설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경험 축적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지속적인 인력 양성이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말까지 센터의 인원을 180∼190명으로 늘리고 2016년까지 650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입사하는 신입사원부터는 6개월간 교육을 한 뒤 6개월은 현업에 투입돼 일과 교육을 병행하게 된다. 센터는 올해 200여 가지의 해양플랜트 설계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할 예정이다. 실력이 우수한 직원은 외국 전문기관에 위탁 교육을 보내 해양 설계의 핵심 인력으로 키울 계획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현대자동차#해양엔지니어링센터#해양플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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