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선진농협 현장… 덴마크 축산협동조합 ‘대니시 크라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4일 03시 00분


반도체 공장 같은 도축장… 부위별 포장도 자동화

덴마크 최대 축산협동조합 대니시 크라운의 돼지 도축장 내부 모습. 하루 2만 마리의 돼지를 처리하지만 도축, 해체, 세정, 포장 등 전 과정이 자동화돼 있어 직원이 관여하는 부분이 많지 않다. 호르센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덴마크 최대 축산협동조합 대니시 크라운의 돼지 도축장 내부 모습. 하루 2만 마리의 돼지를 처리하지만 도축, 해체, 세정, 포장 등 전 과정이 자동화돼 있어 직원이 관여하는 부분이 많지 않다. 호르센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도축 과정에서 돼지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품질도 좋아집니다.”

지난달 말 덴마크 호르센스 시에 위치한 축산협동조합 대니시 크라운의 도축장. 외관은 첨단 반도체공장과 비슷했다. 건물 밖에선 돼지 냄새가 나지 않았다. 도축량은 하루 2만 마리. 전 과정이 기계화돼 있다. 무선인식 기술을 이용해 부위별로 나눠 포장까지 이뤄진다. 100명이 넘는 공무원이 상주하면서 동물 복지와 안전성까지 검사한다. 조합 직원 아그네트 폴센 씨는 “돼지가 흥분하지 않도록 근무복도 맹수의 색과 거리가 먼 파랑색이다”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글로벌 컨설팅사인 ‘아서 디 리틀(ADL)’이 최근 실시한 세계 10개 농업 선도국가 농업생산자단체 경쟁력 평가에서 대니시 크라운은 △연구개발 △생산지원 △유통 및 가공 △판매·마케팅 등 4개 분야 모두 4점 만점을 받아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덴마크는 지난 50년간 축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는 대니시 크라운의 경쟁력을 현지 취재했다.

대니시 크라운은 2011년 10월∼2012년 9월 매출액 564억6200만 크로네(약 10조8497억 원)를 기록했다. 매출액의 90%가 해외시장에서 발생한다. 운영은 산지 조직화 및 생산에서 도축·가공 및 판매까지 아우르는 통합경영체계인 축산물 패커(Packer) 형태다. 최근 덴마크의 축산 여건은 별로 좋지 않다. 축산 농가에서 조합에 공급한 돼지 육류량은 최근 4년간 13%나 줄었다. 조합 가입 축산 농가도 같은 기간 26%나 줄었다. 하지만 대니시 크라운의 매출액은 20%나 늘었다.

이런 성과는 규모화와 효율화의 결과다. 수직계열화를 위해 최근 10년간 미국, 독일, 영국, 폴란드 등에서 도축장, 육류가공회사, 포장회사 등 축산 관련 기업을 15개나 인수했다. 국내 도축장을 합병했고 첨단 도축장 시스템은 수출했다. 전체 돈육 중 29%는 독일, 스웨덴, 폴란드 등 해외 도축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칼 크리스티앙 뮬러 수석 애널리스트는 “물량이 많으면 생산 단가가 더 싸진다”며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앞으로 더 많은 회사를 인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자 개발부터 물류, 판매까지 모든 과정에서 효율성을 추구하는 시스템도 기여했다. 덴마크의 인건비는 다른 유럽 국가보다 비싸다. 호르센스 도축장의 직원 급여는 독일과 스웨덴보다 2, 3배 많다. 하지만 제품 경쟁력은 인건비를 상쇄할 정도다.

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어미 돼지 한 마리가 1년간 낳아 출하될 때까지 생존하는 돼지가 24마리를 웃돈다. 한국은 13마리에 불과하다. 돼지 한 마리가 하루에 늘어나는 체중이 866g으로 한국(680g)보다 27%나 많다. 돈육 생산비는 한국의 71%에 불과하다. 덴마크의 돈육은 미국 시장에서 비싼 값에도 잘 팔린다. 소비자들의 입맛을 철저히 연구해 맞춤형 제품을 생산, 공급하기 때문이다. 영국에는 베이컨용 비거세 돈육을, 육색을 선호하는 일본에는 붉은색 고기를 공급한다. 족발과 귀, 꼬리, 머리 등은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 팔고 있다. 비계는 식용기름과 동물사료, 바이오에너지 등에 사용된다.

이재호 농협중앙회 유럽연합(EU) 사무소장은 “대니시 크라운은 지속되는 경제위기에도 높은 품질을 바탕으로 가격을 올렸다”며 “이익은 축산농가에 되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호르센스=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선진농협#대니시 크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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