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인문계 전공자에게 SW교육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5일 03시 00분


문과 출신도 컴퓨터 프로그래밍 배우는 시대로

삼성그룹이 13일 통섭형 소프트웨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인문계 전공자를 대상으로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를 설립한다고 밝힌 것을 두고 누리꾼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흥미로운 시도”라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왔지만 “6개월 배운다고 비전공자가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겠느냐”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이미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래밍 교육은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취업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전공과 관계없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한다는 논의도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해 10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공학관 강당에서는 평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NHN의 소프트웨어 대학인 NHN NEXT가 마련한 ‘인문·사회학도를 위한 소프트웨어 비전 특강’을 듣기 위해 200명의 학생이 자리를 빼곡히 메웠다. 특별한 광고나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프로그래밍 문외한에게 자바스크립트, PHP, HTML 등 컴퓨터 언어를 무료로 가르쳐 주는 ‘생활코딩’이란 인터넷 서비스도 인기다. 이 서비스를 만든 사람도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인문학도다. 그는 “컴퓨터 비전공자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많지만 나도 처음에는 완전히 문외한이었다”며 “집중해서 공부하면 누구든지 쉽게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한문학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소프트웨어 베테랑 전문가가 된 이인호 삼성SDS 경영지원ISE그룹 과장(37)도 “정보기술(IT)이 중요해지면서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고자 하는 수요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창조적인 융합형 인재가 지금처럼 주목받는 만큼 인문계 전공자들도 프로그래밍 언어를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문학적 소양 위에 IT 능력을 쌓으면 오히려 더 큰 장점이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미국에서도 프로그래밍 언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스탠퍼드대에서는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래밍 방법론’이란 개론 수업이 최고 인기 교양강좌로 손꼽힐 정도다. 뉴욕 기반의 벤처기업인 코드카데미가 올해를 프로그램 코딩을 배우는 해로 제안하고 온라인을 통한 쌍방향 교육과정을 공개하자 엿새 만에 20만여 명이 신청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익힐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는 벤처기업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등은 모든 학생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치자며 비영리단체 코드닷오알지가 제작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 직접 출연했다.

마치 미국 여행을 가려면 기본적인 알파벳과 인사말, 숫자 정도는 알아야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컴퓨터가 실생활 곳곳에 스며든 요즘 시대에는 기초적인 소프트웨어 지식이 외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중요한 일이 되었다. 아주 초보적인 수준만 이해해도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의 원리를 알 수 있어 복잡한 구조를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면 여기저기서 모은 자료를 모아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관리한다거나, 공개된 지도 서비스를 응용해 콘텐츠를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소프트웨어는 일상이 됐다”며 “앞으로 프로그래밍 언어 교육이 더욱 대중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삼성#프로그래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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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추천 많은 댓글

  • 2013-03-15 06:37:27

    대학의 관련학과에서도 C, C++ 등의 프로그램을 1학년 혹은 2학년을 대상으로 가르친다. 대학 1,2학년은 전공학과에서도 고등학교 졸업자나 다를바 없다. 더구나 실업계 고교에서도 가르친다. 인문학 전공자라고 배우지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아주 바람직스럽다

  • 2013-03-18 13:03:52

    SW가 쉬운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SW의 비가시성 같은 특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2013-03-18 13:02:25

    이 드네요. 예전 김대중 정부때 SW부흥 시킨답시고 6~8개월 가량 비 전공자들 교육 시켜서 하급 코더들 대량 양산하는 바람에 SW인력들 가치가 하락된 전례를 봐도 우려스럽습니다. 이런 일들은 오히려 위에서 오더를 내리는 문과전공의 윗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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