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을 강조하자 관련 기관들이 직거래 활성화 대책을 내놓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농산물 유통 구조가 불합리하다는 점은 이전 정부에서도 매번 지적됐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었던 터라 새 정부가 실효성 있는 방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17일 ‘로컬푸드(Local Food)’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지역 농민과 소비자 사이에 직거래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로컬푸드는 산지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대도시가 아닌 산지 주변에서 농민들이 직접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부터 ‘지산지소(地産地消·지역에서 나는 것을 지역에서 소비한다)’ 운동을 시작해 1만5000여 개의 매장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북 완주군 용진면 용진농협이 대표적이다. 용진농협은 지난해 4월 이 지역에 로컬푸드 매장을 열어 인근 농민들이 생산한 채소 과일 축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대형마트보다 신선하고 가격은 저렴해 대전, 전북 전주 등 주변 대도시 소비자들까지 많이 찾고 있다.
농협 측은 용진농협의 성공을 계기로 농산물 산지와 가까운 도시나 읍면 소재지 등에 로컬푸드 매장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해당 지역에서 소비하면 영세 농민도 보호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며 “산지 도매상을 거쳐 대도시에 집결했다가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는 비효율적인 유통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협동조합과 연계해 직거래 사업 활성화에 나선다. 지난해 12월 제정된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농민과 소비자가 연합해 조합을 설립하기 쉬워졌다는 점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도별로 1, 2개의 협동조합을 선정해 공동작업장, 로컬푸드 매장 등을 만드는 데 총 71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유통업계에서도 유통 단계를 줄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경기 이천시에 대규모 농수산물 유통센터인 ‘후레쉬센터’를 세웠다. 이곳은 농수산물을 직접 매입해 각 매장에 보내는 역할을 한다. 이마트는 “유통 단계가 기존 4, 5단계에서 2단계로 줄어 가격이 20∼30% 낮아졌다”며 “2014년까지 1조 원어치의 물량을 이곳에서 처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새 정부가 국정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농산물 유통 개선을 들고 나온 이유는 과도한 유통 비용이 농축산물 가격 안정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aT가 발표한 ‘2011년 주요 농산물 유통 실태 조사’에 따르면 농축산물 소비자가격 중 유통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41.8%나 됐다. 소비자가 1000원을 내고 채소를 구입해도 농민은 600원이 채 안 되는 돈을 가져가는 셈이다. 겨울 김장철을 전후에 수요가 집중되는 가을무와 가을배추의 유통 비용 비율은 각각 80%, 77.1%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유통 단계를 줄이는 것 말고도 산지 농민들을 조직화하고 대형 도매 물류상을 키우는 등 기반 여건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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