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수산’은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에 있는 수산물 양식업체다. 이 업체의 이상훈 사장(33)은 최근 국내 최초로 도다리 대량 양식에 성공했다. 그동안 도다리는 양식이 잘 되지 않아 주로 자연산만 유통돼 왔다.
○ 뼈째 썰어먹는 양식 도다리
21일 방문한 대규모(4958m²·약 1500평) 양식장은 어두컴컴했다. 대형 수조 34개 중 30개에는 광어가, 4개에는 도다리가 양식되고 있었다. 유유히 잠영(潛泳)을 하던 도다리들은 기자가 다가가자 재빠르게 수조 구석으로 달아났다. ‘좌광우도’(눈이 머리 왼쪽에 있으면 광어, 오른쪽에 있으면 도다리)라는 특징을 몰라도 양식 도다리는 광어와 육안으로 확연히 구별됐다.
“도다리는 광어보다 훨씬 예민하고 재빨라요. 우리나라 어민들이 광어 양식에 익숙하다 보니 도다리에게도 광어 사료를 먹였죠. 광어보다 입이 작은 도다리가 그 사료를 잘 먹을 리가 없었지요. 이제까지 도다리 대량 양식이 실패한 이유는 광어와 똑같은 환경에서 양식을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양식 도다리는 크기가 성인 남성의 손바닥보다 약간 크다. 뼈가 억세지 않아 주로 뼈째 썰어먹는 회(일명 세꼬시) 용도에 적합하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자연산 강도다리는 크기가 양식산보다 크고 껍질이 단단해 횟감보다 쑥국용으로 쓰인다.
‘봄에는 도다리, 가을에는 전어’라는 말처럼 봄철 대표 생선인 도다리는 산란기를 맞은 3∼5월 육질이 쫀득해지고 맛도 좋다. 그동안 도다리는 성장 속도가 느리고 치어를 구하기 어려워 양식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봄에만 도다리를 즐길 수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지난해처럼 이상한파라도 있으면 그나마 소량 유통되던 자연산 도다리 어획량이 줄어들곤 했다. 지난 몇 년 새 중국에서 양식한 도다리가 국내로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국내산 도다리의 양식 성공 소식은 쉽사리 들려오지 않았다.
○ “국산 도다리 사계절 먹게 될 것”
광어를 주로 양식하던 이 사장은 지난해 8월 도다리 치어 9만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는 도다리가 활주세균(물고기의 표피에 붙어사는 세균)에 취약한 점에 주목했다. 양식하는 과정에서 고기를 자주 건드리면 도다리가 스트레스를 받아 세균의 공격에 약해진다는 점을 깨닫고 외부 자극을 최소화했다. 광어와 같은 밀도를 유지하다가 수백 마리의 도다리가 폐사하는 실패를 경험한 후에는 양식 밀도를 줄였다. 또 지하수와 해수를 수조 물에 섞어 여름철에 수온이 올라가는 걸 막았다.
그 결과 93%에 이르는 8만4000여 마리를 살려냈다. 이 사장은 “국산 양식 도다리는 중국산에 비해 점액질이 많아 미끄러운데 이는 중국산에 비해 항생제를 덜 썼다는 증거”라며 “치어를 다량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온다면 사계절 내내 국산 도다리를 먹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최근 마리아수산과 사전 계약을 맺고 제주산 도다리를 다량 확보했다. 20일부터 판매되고 있는 ‘제주산 도다리회’ 가격은 시세보다 싼 250g당 1만6500원. 롯데마트의 곽명엽 생선 상품기획자(MD)는 “도다리는 고소하고 육질이 쫀득해 봄철 입맛을 돋게 하는 음식”이라며 “뼈째 씹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