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경제수도 호찌민 시 도심에서는 웬만한 고층건물에 올라서면 사이공 강을 가로지르는 빨간색 아치형 다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GS건설이 호찌민 시의 간선도로인 TBO도로를 건설하면서 함께 세우고 있는 ‘빈로이교’다. 한국인에게는 이 다리가 어쩐지 낯익다. 그도 그럴 것이 2004년 한국을 방문했던 호찌민시 관계자들이 서강대교를 보고 반해 “똑같이 지어 달라”고 주문했기 때문이다.
GS건설은 한국 창원공장에서 8개월간 강판 5000t으로 아치 구조물을 제작했다. 창원에서 3200km 떨어진 호찌민 시로 이를 옮긴 뒤 다시 3개월 동안 조립했다. 지난해 초 무게 3000t, 높이 30m에 이르는 아치 구조물을 다리 위에 올리는 현장은 호찌민 시민들의 큰 구경거리가 됐다. 신창민 현장소장은 “그랜저 자동차 1800대 무게인 아치 구조물을 들어올리려고 축구장만 한 바지선이 동원됐다”며 “현장을 구경하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고 말했다.
간선도로인 TBO도로 건설 공법도 화제다. 호찌민 시의 땅이 무르기 때문에 GS건설은 시멘트 기둥 6만 개를 지하 20m까지 박아 지반을 다진 뒤 도로를 닦고 있다. 다리와 도로는 내년 말 완공된다. 갖가지 화제를 뿌린 공사 덕에 GS건설은 베트남의 다른 대규모 프로젝트를 잇달아 따내고 있다.
○ 베트남 ‘황금 시장’ 부상
현재 베트남에서 크고 작은 공사를 진행 중인 한국 건설·설계업체는 143곳에 이른다. 한국 기업이 진출한 113개국 가운데 베트남이 가장 많다. 한국 건설기업들의 ‘달러 금맥’이 중동 산유국에서 베트남으로 옮아가고 있는 것이다.
26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베트남은 올 들어 현재까지 국내 건설사들이 22억2574만 달러의 새 일감을 따내며 해외건설 ‘1위 시장’으로 떠올랐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수주액이 3배 가까이 늘며 중동을 앞질렀다. 이미 올 1분기 실적이 작년 전체 실적의 65% 이상이나 된다.
베트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매년 6% 안팎의 경제성장을 이어가며 도로, 항만, 교량 건설 같은 대규모 인프라 공사가 해마다 쏟아지고 있다. 최근엔 경제성장에 따른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원전, 화력발전 등의 대규모 플랜트 공사도 늘었다.
○ 최초 지하철, 현대식 고속도로도 한국이
베트남 발전 플랜트를 비롯해 도로, 교량, 신도시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대표적 건설사로 GS건설이 꼽힌다. GS건설은 올 초 베트남 최대 규모의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공사를 SK건설과 공동으로 21억 달러에 수주했다.
특히 베트남 최초로 들어서는 호찌민 지하철 1호선 공사는 GS건설이 따내 화제가 됐다. 심영수 지하철 1호선 현장소장은 “서강대교를 본뜬 빈로이교 등 기존 사업을 성공리에 진행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공사에 들어간 GS건설은 2017년 1월까지 17km의 철로를 깔고 11개 역사와 21만 m² 규모의 차량기지를 짓는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2호선 공사도 입찰에 들어갈 계획이다.
수도 하노이와 베트남 최대 항구도시 하이퐁을 잇는 ‘베트남판 경인고속도로’ 하노이∼하이퐁 고속도로 공사도 한국 업체들이 휩쓸고 있다. 전체 105km 고속도로 10개 공구 가운데 5개 구간 공사를 GS건설 남광토건 경남기업 등이 맡았다.
하노이를 가로지르는 홍 강에서 가장 긴 다리(길이 4.5km)가 될 ‘빈틴교’ 역시 GS건설이 짓고 있다. 윤석봉 빈틴교 현장소장은 “이 사업은 최저가 방식이 아니라 적정 공사비 입찰로 공사를 따냈다”며 “베트남 건설 입찰 사례로는 최초”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600명의 현장인력이 24시간 3교대로 공사를 진행하면서 착공 1년 남짓 만에 절반 이상의 작업을 마쳤다. 윤 소장은 “2015년 1월로 계획했던 준공 시기를 내년 6월 말로 앞당길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발주될 하노이 지하철 공사나 터널 공사 입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베트남 건설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PMU TL의 응우옌맹훙 부사장은 “하노이 홍 강을 따라 큰 공사들이 계속 발주된다”며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건설사들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