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PC-스마트폰에 백신만 깔면 빗장 완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7일 03시 00분


김상훈 산업부 기자
김상훈 산업부 기자
최근 ‘스미싱(SMS+Phishing)’이란 신종 스마트폰 사기가 극성을 부렸다. 스마트폰으로 ‘이벤트 할인’ 등의 문자메시지(SMS)를 보낸 뒤 수신자가 링크를 터치하면 자동으로 악성코드가 설치되도록 하는 사기다. 해커는 악성코드를 심은 뒤 피해자 몰래 소액결제를 해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

사실 이를 막는 건 어렵지 않다. 스마트폰을 산 뒤 어떤 설정도 건드리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도 스미싱이 활개를 치는 것은 피해자가 안드로이드폰의 ‘보안설정’에 들어가 ‘알 수 없는 소스’를 통해 프로그램을 설치하게 허용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이 스스로 위험에 빠지는 건 보안설정을 낮추라고 요구하는 일부 금융권의 스마트폰 ‘보안프로그램’ 때문이다. 티스토어, 네이버 앱스토어 등도 마찬가지로 소비자에게 보안의 벽을 낮추라고 권한다. 그래야 금융 앱(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고, 앱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위험을 방지해야 한다며 “백신을 설치하라”고 권한다.

스마트폰의 예를 들었지만 이런 어이없는 일은 PC에서부터 시작됐다. 20일 일부 방송사와 금융회사의 전산망이 동시에 마비되는 초유의 사고가 일어났다. 원인은 백신을 가장한 악성코드였다. 그런데 보안업체들이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도 ‘백신 업데이트’였다. 백신이 모두 문제란 게 아니다. ‘백신 만능주의’가 문제다.

백신이 필요한 것은 원치 않는 악성코드가 PC에 깔릴 수 있다는 위험 때문이다. 이런 악성코드를 설치하지 않으면 아예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윈도’나 ‘맥OS’ 같은 컴퓨터 운영체제(OS)는 프로그램을 PC에 설치할 때마다 확인 절차를 거쳐 ‘신뢰할 수 없는 프로그램’은 설치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백신이 없어도 이 경고만 따르면 문제를 대부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 이렇게 하려면 PC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전자상거래나 전자금융거래를 하려면 수많은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보안프로그램을 가장한 악성코드도 섞여 들어간다. 이를 막으려면 소비자는 백신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백신이 간혹 악성코드를 막지 못하면 이번 같은 대란이 벌어진다. 악순환이다.

문제를 막는 방법은 간단하다. ‘신뢰할 수 없는 프로그램’은 설치하지 말고, ‘알 수 없는 소스’에선 앱을 내려받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이러면 정부는 전자금융 규정을 다시 만들어야 하고 기업들은 앱을 팔기 힘들어진다. 한국인들은 오늘도 자신의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걸려 있는 튼튼한 빗장을 스스로 열고 있다.

김상훈 산업부 기자 sanhkim@donga.com
#스미싱#스마트폰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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