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美선키스트와 손잡고 오렌지 직수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7일 03시 00분


대형마트 최초 직거래 성사… 품질검사서 검역까지 직접 관리
매주 美농장 찾아 무작위 샘플검사… 가격은 30% 낮추고 품질은 높여

홍동호 이마트 LA 소싱사무소장(왼쪽)이 14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테라벨라의 포터빌 시트러스 농장 패킹하우스에서 크리스 밀러 디렉터와 함께 오렌지의 당도를 점검하고 있다. 테라벨라=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홍동호 이마트 LA 소싱사무소장(왼쪽)이 14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테라벨라의 포터빌 시트러스 농장 패킹하우스에서 크리스 밀러 디렉터와 함께 오렌지의 당도를 점검하고 있다. 테라벨라=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비켜요, 비켜!”

14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테라벨라의 포터빌 시트러스 농장. 오렌지가 가득 담긴 상자를 실은 지게차 운전자가 패킹하우스(농산물 포장 작업장) 안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다른 인부들은 근처 농장에서 수확된 오렌지를 포장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짐 필립스 포터빌 시트러스 사장은 “3월은 오렌지 농장이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라고 말했다. 이날 포장한 오렌지의 대부분은 한국과 일본으로 수출된다.

이마트는 1일부터 이곳 농장을 포함해 미국 선키스트 소속 농장에서 직거래로 들여온 오렌지를 국내 시장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중간 수입상을 거치지 않고 모든 유통 단계를 직접 관리한다.

이마트 측은 “이번 직거래로 국내에서 판매하는 선키스트 오렌지 가격을 30% 이상 인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마트에서 현재 판매하는 오렌지 가격은 개당 약 800원(특대 사이즈 기준)으로 지난해의 1220원보다 34.4% 싸다. 현지 직거래를 통한 비용 절감 효과(10%)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계절관세(3∼8월에는 다른 기간의 절반인 25% 관세율 적용) 효과가 더해진 덕분이다.

지난달까지 선키스트 오렌지가 한국에 들어올 때는 미국 현지 수입상을 통해야 했다. 수입상들이 현지 농장과 계약해 현지 품질 검사에서 한국 내 유통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고 중개수수료를 받았다. 이마트는 이 과정을 로스앤젤레스(LA) 소싱사무소를 통해 해결해 비용을 절감했다. 지금은 이마트가 농장과의 계약부터 선적, 검역, 국내 판매까지 모두 처리한다.

포터빌 시트러스 농장에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오렌지는 최고 등급인 ‘팬시’ 등급을 받은 것이다. 농장에서는 완벽한 등급 판정을 위해 기계와 사람이 번갈아가며 4번에 걸쳐 평가한다. 하지만 이곳 직원들이 혀를 내두르는 검사 과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이마트 LA 소싱사무소의 홍동호 소장과 이학선 과장이 진행하는 샘플 검사다.

두 사람은 매주 화요일이나 수요일에 LA에서 3시간이 넘게 직접 운전해 이곳으로 온다. 포장 직전의 오렌지 상자 중 샘플을 무작위로 선택해 관능검사(제품 품질을 인간의 오감으로 판단하는 과정)와 당도검사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등급이 제대로 매겨졌는지, 흠이 있는 오렌지가 있는지 꼼꼼히 확인한다. 이날도 상자에서 일부 껍질이 무른 오렌지가 나오자 이 과장이 현장에 있던 크리스 밀러 디렉터에게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해당 상자는 바로 치워졌다. 밀러 디렉터는 “이마트 사람들이 농장에 너무 자주 와서 이제는 거의 가족처럼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직거래 이후 직접 품질검사를 하면서 불량률이 많이 줄었다. 이 과장은 “예전에는 일부 수입상이 품질검사를 하지도 않고 합격 판정을 내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어떤 수입상은 한국의 모 대형마트 직원 행세를 하며 거짓 명함을 뿌리고 다녀 현지 업자들 사이에 한국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돌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마트 측은 이번 직거래 경험을 살려 앞으로 세계적인 프리미엄 농산물 브랜드에 대한 직거래를 확대할 계획이다. 바나나와 파인애플로 유명한 돌(dole) 등이 주요 검토 대상이다.
▼ 데이비드 포트 국제판매담당 이사 “대형 유통업체와 계약 한해 물량 3분의1 한국에… 선키스트에도 대박” ▼

“한국 대형 유통업체와의 직거래 계약은 선키스트에도 ‘대박(one of the biggest impact)’입니다.”

데이비드 포트 선키스트 국제판매담당 이사(사진)는 14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테라벨라의 포터빌 시트러스 농장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선키스트 같은 유명 브랜드와 한국의 대형 유통업체가 업무 제휴를 맺은 것은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포트 이사는 “한국 시장에 조심스럽지만 적극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도 했다.

선키스트는 1893년 설립된 미국의 농산물 협동조합이다. 현재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주 등에 30여 개의 패킹하우스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이마트와 직거래 계약을 맺은 품종인 네이블오렌지는 선키스트가 생산하는 가장 중요한 품목 중 하나로 연간 생산량은 600만 상자에 이른다. 이 중 180만∼200만 상자가 우리나라로 수입될 예정이다.

이번 직거래 계약은 선키스트가 이마트 측에 먼저 제안했다. 선키스트 측은 이마트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4개 정도의 수입상과 함께 일했는데 생각보다 한국 시장의 성장세가 더뎌 대형 업체와 직접 접촉하기로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트 이사는 “이마트가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선키스트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판단해 이번 계약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포트 이사는 이번 직거래로 선키스트에도 상당한 이익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와 파트너가 된다면 한국시장 내 점유율 증가는 어느 정도 보장된 것”이라며 “이마트의 강력한 마케팅 전략에 힘입어 한국 내에서 선키스트의 브랜드 이미지가 개선되고 판매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트 이사는 “각국의 상황에 따라 수출량이 급변하는 위험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출 국가를 다양하게 하고, 수출 물량은 균등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선키스트의 기본 전략”이라며 “한국이 중국 및 홍콩, 동남아시아와 함께 아시아 시장에서 각각 3분의 1의 비중을 갖게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테라벨라=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이마트#직거래#선키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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