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을 비롯한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 사건을 신속하게 조사하기 위해 검찰이 금융감독원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국무회의에서 ‘주가조작 엄단’을 주문한 데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논의의 핵심이 되는 금융감독원은 “정식으로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며 손사래를 칩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현행 시스템에서는 주가조작 사안과 관련해 혐의포착(증권거래소)→불공정거래 조사(금감원)→불공정 거래여부 판단(증권선물위원회)→기소(검찰) 등 단계별로 담당기관이 흩어져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주가조작 혐의를 포착해 형사처벌을 하는 데까지 2, 3년이 걸립니다. 그 새 증거가 인멸되거나 주가조작 주체가 조사단계에서 혐의를 시인했다가 검찰수사 때는 말을 바꾸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또 금감원 직원은 수사권이 없어서 물증을 확보해도 법원에서 증거로 인정받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범죄 사건의 증거수집 능력을 높이기 위해 금감원에 특경권을 주자는 방안이 제시된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금감원이 특경권을 가지면 불공정거래의 조사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특경권은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금감원에 특경권을 주려면 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문제는 여기 있습니다. 금감원 직원은 한국은행과 같은 특수법인 형태의 직원이지 공무원은 아닙니다. 금감원에 특경권을 부여하면 일부 금감원 직원이 공무원 신분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금감원 내부에서는 ‘금감원 직원이 공무원으로 전환되면서 연봉이 줄 것이다’, ‘금감원이 검찰의 지휘를 받을 것이다’, ‘조직이 분리될 수도 있다’ 등의 고민이 나옵니다. 금감원 직원의 권한 남용 가능성 문제도 거론됩니다. 2010년에도 금감원에 대한 특경권 부여 방안이 검토됐지만, 비슷한 이유로 더이상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금감원에 특경권을 부여하는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주가조작의 희생양이 되는 개미들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