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어떤 제품이나 브랜드를 좋아하는 이유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브랜드에도 좋은 걸까? 아니면 단 한 가지 이유에 강하게 끌리는 것이 더 큰 소비로 이어질까? 상식적으로 장점이 많으면 소비자들의 사랑도 더 많이 받을 것 같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하나의 특징만 집중적으로 알리는 편이 좋을 수도 있다. 사람의 기억구조는 단순한 것을 더 잘 기억하기 때문이다. DBR 125호는 상식을 뒤엎는 브랜드 선호도의 비밀을 소개했다.
○ 장점은 적을수록 좋다?
독일의 연구자들이 사람들에게 ‘BMW가 좋은 이유’에 대해 물었다. BMW는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는 차다. 개인적으로 BMW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장점을 몇 개 생각해 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런데 연구자들은 피실험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었다. A집단에는 좋은 이유를 딱 1가지만 적어달라고 했고, B집단에는 좋은 이유 10가지를 적어달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A, B집단 모두에게 BMW가 얼마나 좋은 차인지 0에서 10까지 점수를 매겨달라고 말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장점을 하나만 써달라는 요청을 받은 A집단 사람들은 BMW 브랜드에 대해 평균 5.8점의 선호도를 보였다. 그런데 장점을 10가지 적어달라는 요청을 받은 B집단은 평균 선호도가 4.2점에 그쳤다. 다른 모든 조건은 같았고 오직 좋은 이유를 1가지 혹은 10가지 적으라고 한 것만 달랐을 뿐인데 브랜드 선호도에서 눈에 띄는 차이가 나타났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BMW가 좋은 이유를 하나만 적으라고 하면 누구나 쉽게 생각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훌륭한 디자인’ ‘강력한 파워’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같은 답이 머릿속에 쉽게 떠오른다. 그러나 좋은 이유를 10가지 쓰라고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BMW를 아무리 좋아해도 자동차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장점을 10가지나 적어 내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B집단의 사람들은 보통 3, 4가지를 생각해 내는 데 그쳤다.
장점을 1개만 적어내도록 요구받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적은 이유를 근거로 BMW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 스스로 ‘그래, 바로 이 점 때문에 BMW가 좋은 거야’라는 평가를 내리는 것이다. 반면 10개를 적어 내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3, 4개 생각해 내는 데 그친 사람들은 ‘BMW가 좋은 이유가 그렇게 많지는 않구나’라고 인식하게 된다. 그 결과 브랜드 선호도가 낮아진다. ○ 내용보다 기억 용이성이 중요하다
부정적인 정보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에도 집단을 둘로 나누어 A집단에는 BMW가 나쁜 이유를 1가지만, B집단에는 나쁜 이유를 10가지 적어달라고 했다. 결과는 긍정적인 질문을 할 때와 같은 양상을 보였다. 나쁜 이유를 하나만 적어달라는 지시를 받은 사람들은 자신이 적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평균 4.5점이라는 비교적 낮은 브랜드 선호도를 보였다. 반면 B집단은 5.7점의 비교적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이번에도 나쁜 이유를 10개 다 적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비싼 가격’ ‘낮은 연료소비효율’ ‘고가의 수리비’ 등 3, 4개의 단점을 적고난 후 더 생각이 나지 않으면 ‘BMW가 그렇게 나쁜 차는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BMW뿐 아니라 경쟁관계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에 대해서도 같은 실험을 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연구 결과에서 보듯이,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해 많은 정보를 주는 것은 설령 그것이 장점이라도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또 단점이 많다고 해서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전달하는 방법에 따라 소비자들이 큰 신경을 쓰지 않게 할 수도 있다.
브랜드에 대해서 기억해 줬으면 하는 주요 메시지는 한두 개만 전달하는 것이 좋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브랜드가 담고 있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쉽게 연상할 수 있도록 ‘기억 용이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기억 용이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브랜드를 특정 카테고리의 대표주자로 인식시키는 전략이 좋다. 예를 들어 페덱스(FedEx)는 특송 화물 시장의 대표 브랜드다. 사람들은 해외로 빠르게 서류나 물품을 보내려고 할 때 자동적으로 페덱스를 떠올린다. 보습용품으로 알려진 바세린(Vaseline), 투명 접착테이프의 대표인 스카치(Scotch) 역시 대표성이 뛰어나 아예 해당 제품군을 뜻하는 일반명사로 쓰이는 브랜드들이다. 이런 브랜드를 갖고 있는 기업은 굳이 소비자들에게 많은 제품 정보를 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방해만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핑클그룹 총괄대표 bcshin03@naver.com 정리=조진서 기자 cjs@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5호(2013년 3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소셜미디어가 터준 협상의 물꼬
▼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가상회의 시스템을 판매하는 회사의 담당자가 물건을 팔기 위해 고객사 최고경영자(CEO)와 약속을 잡았다. 그 CEO는 이 회사 제품에 안 좋은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담당자는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기 직전 가상회의 시스템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상세히 분석해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고객사 CEO는 트위터를 통해 이 글을 읽었고 글을 쓴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트인 협상의 물꼬는 거래 성사로 이어졌다. 소셜미디어는 생각지 못한 곳에서 생각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포브스는 왜 삼성전자 폄하했나
▼ 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는 삼성전자가 새로운 제품을 내놓기보다는 경쟁자들이 이미 개발한 제품을 더 얇고 더 가볍게 만드는 데 급급해하고 있다고 폄하했다. 로이터통신은 삼성의 상명하달 방식이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시절에는 통했을지 모르나 독자적인 혁신이 필요한 오늘날에는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과연 삼성전자의 성과는 고유한 아이디어나 기술 없이 선도 기업들의 장점을 재빨리 모방한 것뿐일까. 삼성전자 사례를 통해 독특한 한국형 경영 모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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