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 산하 공공기관들이 본격적인 ‘경영평가 시즌’에 돌입했다. 매년 진행하는 정기 평가지만 올해는 유난히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새 정부 첫해인 데다 청와대가 기존 공공기관장들을 대폭 물갈이할 것으로 예고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27일 공공기관 경영평가단(단장 서울대 최종원 교수)이 여수광양항만공사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대한 현장실사를 시작으로 ‘2012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평가’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고 밝혔다.
평가대상은 한국공항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전체 111개의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 또 지난해 말 기준으로 6개월 이상 재직한 기관장(기타 공공기관 포함) 100명, 상임감사 58명 등이다. 평가단은 경영실적, 사업성과, 리더십 등을 체크해 6개 등급(S 및 A∼E)으로 분류한다. 이미 각 기관이 제출한 보고서를 토대로 기초조사를 진행했고 5월 중순까지 현장점검과 인터뷰를 마친 뒤 6월에 최종 평가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기관장 평가대상은 지난해 70명에서 올해 100명으로 늘었다.
공공기관들은 좌불안석이다. 기관장 평가에서 2년 연속 D등급을 받거나, 한 번 E등급을 받으면 정부는 대통령과 주무부처 장관에게 기관장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70명 가운데 6명이 D등급, 2명이 E등급을 받았다. 비록 해임건의 대상은 아니지만 ‘중위권’에 해당하는 B, C등급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정부가 지난 정권의 ‘낙하산’을 대거 추려낼 태세여서 다른 기관장들보다 점수가 월등히 높지 않으면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공공기관 경영평가팀 관계자는 “지난 2, 3개월간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보고서를 만들었고 지금은 현장실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평가단이 실사 때 물어볼 만한 예상 질문을 꼼꼼히 추려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공공기관들이 경영평가에만 지나치게 매달리고 정작 본업은 소홀히 한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부터는 평가 방식을 일부 수정했다. 과거 한 달 이상 걸리던 현장실사 기간을 일주일로 압축하고, 일부 기관에서 수천 쪽 분량으로 제출하던 평가보고서도 300쪽 이내로 줄이라고 주문했다. 또 로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기관별 평가위원 명단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예전에는 공공기관들이 보고서를 예쁘게 꾸며보려고 수천만 원을 들여 컨설팅회사에 외주를 맡기고 불필요한 그림이나 도표도 많이 넣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관행은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이번 평가는 새 정부 첫해인 만큼 부적격 기관장을 추려내는 근거자료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며 “관련 부서에서 담당 평가위원이 누군지도 이미 대략 파악해 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 당국자는 “평가결과와 기관장 인사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기관장의 임면은 인사권자의 뜻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