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고 나온 핵연료(사용후 핵연료)의 저장 및 처리 방식에 관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정부가 다음 달 ‘공론화위원회’를 만든다.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의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정부는 “더이상 논의를 미룰 수 없다”, 시민단체 등은 “방향을 미리 정해놓아서는 안 된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동아일보는 앞으로 뜨거운 이슈가 될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에 관한 각계의 의견을 듣기 위해 26일 최태현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정책관, 송명재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이사장, 이영희 가톨릭대 교수,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의 의견을 듣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사회는 목진휴 국민대 교수가 맡았다.
―사용 후 핵연료 저장공간의 포화 시점을 예상한다면….
▽송명재 이사장=세계적으로 사용후 핵연료는 생기는 대로 일단 원전에 저장한 뒤 나중에 영구 처분한다. 국내에서는 고리 영광 울진 월성 등 원전 네 곳에 저장한다. 2016년부터 저장공간이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용량을 최대한 확충해도 2024년에는 포화가 예상된다.
▽최태현 정책관=사용후 핵연료 문제는 세계 30여 개국이 공통으로 겪고 있다. 우리는 현재 전체 저장 가능한 용량 1만8000t 중 약 70%가 찼다. 가시적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이원영 처장=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10년 전에도 “포화가 임박했다”고 했고, 앞으로 (공론화위원회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10년 뒤에도 “포화 직전”이라고 할지 모른다.
▽이영희 교수=포화 시점이 논란이 된다면 공동조사팀을 운영해 조사할 수 있다고 본다.
―외국은 사용후 핵연료 문제를 어떻게 다루나.
▽송 이사장=원전 저장공간이 다 차면 중간 저장시설을 세운다. 이곳에 보관하다 영구처분장을 건설해 이곳으로 옮기는 단계적 접근방식을 따른다. 31개 원전 운영국가 중 미국 프랑스 일본 등 22개국은 중간저장시설을, 한국을 포함한 나머지는 임시저장소만 갖췄다.
▽이 교수=영국은 2년 반, 캐나다는 3년간 공론화를 진행하면서 시민, 이해관계자, 지역주민, 전문가 등이 참여해 성공적으로 해결 방안을 도출했다.
―우리나라는 어떤 방식으로 공론화해야 하나.
▽최 정책관=공론화 방안은 결국 사회의 역량에 달려 있다. 다만 현재의 기술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공론화를 요식행위로 보지 않는다. 각계를 대표할 수 있는 이들로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논의주제, 방식, 절차, 기간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양 처장=키워드는 ‘참여와 경쟁’이다. 공론화가 형식논리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선정 때의 경험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때처럼 돈이나 지역갈등을 활용하는 방식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과거에 대한 평가와 남은 문제의 해결이 필요할 것 같다. 시민사회단체는 공론화에 참여할 것인가.
▽양 처장=환경단체 사이에 이견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정부가 방향을 정해놓았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위원회가 중간저장시설 용지 확보에 들러리를 설 수 있다는 우려다.
▽최 정책관=용지 확보를 위한 공론화는 절대 아니다. 중간저장 없이 처분할지, 중간저장을 한다면 어떤 방식을 택할지, 관련 절차나 (시설이 들어서는) 지역 지원 등의 방향을 정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 교수=정부에서 전향적인 자세를 갖고 있다고 본다. 영국 정부도 몇몇 부처가 합동인사위원회를 구성해 450여 명을 검증한 뒤 12명의 위원을 선임했다. 이처럼 균형감각을 갖추는 게 공론화 성공의 관건이다.
―다양한 구성원의 공론화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은….
▽최 정책관=시민사회, 지역대표 등 모두가 위원회에 참여해 최대공약수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 국회, 시민단체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고 공개토론도 하겠다. 시민단체도 장외에 머무르지 말고 안에서 의견을 개진해주기 바란다.
▽양 처장=신뢰와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정보 공개 원칙도 잘 지켜야 한다. 사람들은 공개하지 않거나 은폐하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한다.
▽이 교수=공론화 과정에서 독립성과 투명성을 담보하면서 논의하고, 진정성 있게 추진한다면 의견차가 있더라도 내실 있는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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