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2세(기업가)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해야 합니까. 요즘 젊은이들 힘든 일 싫다, 제조업은 줘도 안 한다고 하는 판에 ‘100년 기업’ 만들라고 가업승계를 장려하진 못할망정 부모 잘 만나 편하게 산다며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안 됩니다.”
27일 한국가업승계기업협의회 회장에 연임한 강상훈 동양종합식품 회장(49·사진)은 기자와 만나 “가업승계는 회사를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창업정신을 이어받아 발전시키는 ‘제2의 창업’”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2008년 협의회 출범 때부터 줄곧 회장직을 맡았다. 30년간 동양종합식품을 이끈 부친이 2005년 작고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향후 ‘준비되지 않은 상속’에 맞닥뜨릴 후배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회사생활 17년차 전무 때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어요. 언젠가 뒤를 이을 생각으로 생산, 물류, 영업 등을 두루 경험했지만 대를 잇는 것은 괴로운 일이더군요.”
우선 직원들의 눈빛이 달랐다. ‘강 전무를 믿을 수 있을까, 다른 직장을 알아봐야 하나’라고 말하는 듯했다. 신용등급이 3계단 내려가면서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올랐다. 금융회사들은 돈을 갚으라고 독촉했다. 협력사들은 대금을 못 받을까 납품을 꺼렸다.
세금 ‘폭탄’도 맞았다. 45일간 세무조사를 받고 15억 원의 상속세를 통보받았다. 아파트와 조그만 건물을 팔아 10억 원을 냈고, 나머지는 주식으로 납부했다. 그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잠겨 있기가 힘들 정도로 현실은 차가웠다”고 회고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1만5000개 중소기업들이 세대교체를 준비하고 있다. 강 회장은 “2세, 3세의 가업승계가 원활해야 우리도 ‘히든 챔피언’을 많이 배출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상속세가 과도하고 자금 지원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일정 기간 이상 영업해온 기업을 후대로 넘길 때 상속재산의 일부를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연매출 2000억 원이 넘는 중견기업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혜택을 받더라도 상속 후 10년간 자산, 지분, 고용, 대표업종 등을 유지하지 못하면 공제받은 세금을 추징당한다.
강 회장은 “상속 후 7년간 총임금을 유지하면 상속세를 면제해 주는 독일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며 “매출 기준도 2000억 원에서 1조 원으로 늘려 중견기업에도 ‘성장 사다리’를 놓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중소기업청은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가업승계를 돕기 위한 세제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이어 “상속 후 5년만이라도 창업 기업에 준하는 세제,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기업이 성장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며 정부의 지원도 요청했다. “창업주들은 나이가 들면서 모험보다 안정을 추구하지만 2세들은 다릅니다. 생산성을 높이려고 설비를 바꾸고 신사업을 모색합니다. 저도 가업을 이어받은 뒤 170억 원을 들여 자동화설비를 도입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