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첫 경제정책 방향]“공약 무조건 지키기엔”… 靑 출구전략 시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9일 03시 00분


“세출구조조정 고충 상상초월”… 조원동 경제수석 현실론 제기
“경제 활성화 아닌 정상화”… MB정부 책임론도 내비쳐

청와대는 지금까지 견지하던 ‘대선공약 무조건 강행 방침’에서 한발 물러나 ‘현실론’으로 선회하는 모양새다.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한 데다 이명박 전 정부가 적자재정을 물려주는 등 악조건에 처해 있고 당초 가정한 재원 마련 대책도 실현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이날 경제정책 점검회의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기자가 “공약을 무조건 지키겠다는 방침은 유효하냐”고 묻자 “무조건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국민행복기금이 18조 원이라고 했지만 실제 대상을 보니 좁혀지지 않나. 18조 원을 안 썼다고 공약을 안 지킨 것이냐”고 반문한 뒤 “공약의 취지를 다 살리되 재원도 좀 줄이면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약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이행하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다소 후퇴한 것으로 해석된다.

4대 중증질환 보장 및 기초연금 도입 공약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는 ‘돈을 들여 다 하는 건 누가 못 하냐’고 말씀하신다. 창의적인 발상을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조건적인 재정 투입보다는 효율적인 정책 추진 쪽에 무게를 싣겠다는 뜻이다.

조 수석은 증세 없이 세출 구조조정으로 공약 이행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에 대해서도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공약을 실현하면서 건전재정을 지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이를 위해선 세출 구조조정을 확실하게 해야 하는데 이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조 수석은 이날 “새 정부가 인계받은 경제상황, 현재의 상황을 분명히 해 놓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의 정책도 평가받기 힘들다”며 현재 한국경제가 처한 여건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먼저 “경제성장률이 작년에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낮아졌다”며 “경제정책의 효과를 반영하지 않을 경우 연간 경제성장률이 2.3%로 떨어질 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전 정부가) 건전재정을 (만들기) 위해 세입을 6조 원가량 과다계상했다. 이런 부분을 바로잡지 않으면 올해 경제운영이 어렵다”며 전 정부 책임론을 언급했다. 그는 앞으로 발표할 정책들을 두고 “경제활성화가 아니라 ‘경제정상화’라고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전 정부에서 짠 예산과 경제정책이 현재의 경기와 차이가 있는 만큼 일단 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발표하는 정책이라는 뜻이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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