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야크, 3주동안 암벽등반 교육
BBQ, 2주간 매일 닭조리-시식… 호텔신라, 해병대처럼 굴리기도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이색 현장체험 교육을 실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3주간 암벽등반 교육을 하는 블랙야크(왼쪽)와 사내 치킨대학에서 2주 동안 닭튀김을 조리해 시식하게 하는 제너시스BBQ. 각 업체 제공
최근 아웃도어업체 블랙야크로 이직한 남윤주 홍보팀장(34)은 날이 따뜻해질수록 설렘과 걱정이 교차한다. 4월 말이면 신입직원이 반드시 받아야 하는 등산교육에 참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 팀장은 “도봉산에서 야영까지 하면서 3주에 걸쳐 ‘빡센’ 암벽등반 교육을 받는다”며 “평소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한다고 자부했는데도 동료들의 갖은 무용담을 듣다 보면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상반기 공채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이 신입사원의 애사심을 높이기 위해 강도 높은 현장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 기업의 신입사원 교육은 ‘맛보기’식 체험이 아니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할 정도로 혹독하고, 업종의 특성을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블랙야크의 암벽등반 교육은 업계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다. 신입과 경력을 불문하고 새 구성원이 되면 봄 또는 가을에 열리는 암벽등반 교육을 이수하고 수료증을 받아야 한다. 등산과 관계없는 지원부서부터 대리점 판매직원까지 ‘필참’이다. 산악인 출신으로 히말라야를 1년에 몇 번씩 찾는 강태선 회장은 “암벽등반을 해봐야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상품을 만들고 판매할 수 있다”며 ‘기본’을 강조한다.
직원들은 이론 교육을 받은 뒤 암벽화를 신고 안전벨트를 찬 채 갈라진 바위틈을 위태롭게 오른다. 산에서 야영도 한다. 부실한 체력이나 고소공포증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다가 등반을 마친 뒤 펑펑 우는 직원도 있다. 이처럼 힘든 교육을 무사히 이수하면 직원들 사이에 끈끈한 동지애가 생긴다. 교육 담당인 익스트림팀 김정배 과장은 “사내에 ‘암벽등반 몇 기냐’며 서로 챙기는 문화가 생겼다”며 “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뿐 아니라 새 구성원들이 회사에 쉽게 적응하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아웃도어업체 밀레도 같은 목적으로 비슷한 프로그램을 최근 도입해 직원들에게 암벽등반 교육을 하고 있다.
제너시스BBQ그룹 신입사원은 사내 ‘치킨대학’을 졸업해야 한다. 임원도 예외가 아니다. 임직원들은 2주 동안 매장에서 판매하는 각양각색의 닭튀김들을 매일 직접 조리하고 시식한다. 하루 실습시간은 12시간이고 두 마리 이상의 닭을 튀겨 먹는다. 대신 하루 세 끼 식단을 채식 위주로 운영하지만 2주 실습기간에 대부분 3∼4kg 살이 찐다. 올해 국내사업부에 입사한 박환일 주임은 “태어나서 치킨을 단기간에 이렇게 많이 먹어본 건 처음”이라며 “살이 더 찌는 걸 막으려고 밤마다 동기들과 탁구를 치거나 체육관에서 뛰었다”고 말했다. 당혹감 속에 치킨대학에 입소해 ‘살과의 전쟁’을 치른 사원들은 퇴소할 땐 회사에 대한 자긍심을 갖는다. 박 주임은 “조리법에 맞춰 직접 요리해 보니 메뉴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고 업무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호텔신라에는 국빈을 담당하는 최고급 서비스요원을 배출하는 4개월간의 ‘드림팀’ 훈련과정이 있다. 최정상급 고객을 모시기 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국제 매너, 헤어디자인, 메이크업은 물론이고 해병대 훈련까지 거칠 정도로 혹독하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훈련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부모를 초청해 서빙하는데 직원들 대부분이 혹독한 훈련에 대한 기억과 감격이 더해져 눈물을 흘린다”며 “힘들었던 만큼 최고의 서비스팀이라는 자긍심도 높아 조직에 활력소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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