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면 작품, 안 팔리면 쓰레기”
―‘그림값의 비밀’(양정무 지음·매일경제신문사·2013)
이 말은 미술 외에 어떤 상품에도 대부분 해당된다. 미술 작품은 작가가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작품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잘 알리는 아트 딜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어떤 작품이 1억 원에 팔리면 작가와 딜러가 5000만 원씩 나눠 갖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두 사람의 기여도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그림과 돈의 상관관계를 일반인도 알기 쉽게 소개했다. 책에 따르면 아트 딜러에도 등급이 있다. 작품이 작가를 떠나 시장에서 처음 거래되는 1차 시장에서 활동하는 전문 딜러, 작품이 재판매되는 2차 시장에서 활동하는 ‘골동상인’ 같은 딜러도 있다. 경매 시장에서 일하는 기업형 딜러, 가게를 가지지 않고 비정기적으로 활동하는 딜러도 있다.
1차 시장에서 활동하는 아트 딜러 중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이는 래리 가고시안이다. 1945년생으로 아르메니아계 미국인인 그는 처음엔 미술 포스터를 파는 영세 상인이었다. 그는 1950∼1970년 뉴욕 미술시장을 주도했던 아트 딜러 레오 카스텔리를 멘토로 생각하고 아트 딜러로서 세력을 불려 나갔다. 그는 현재 77명의 유명작가를 거느리고 전 세계 11개 지점에서 연간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슈퍼 딜러’로 성장했다. 전 세계 미술 시장 규모가 300억 달러이고 소더비 경매회사의 현대미술 매출이 8억 달러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의 파워를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미술계의 ‘미다스의 손’이다. 그가 어떤 작가를 자사의 전속 작가로 만들거나 어떤 작가의 전시회를 열면 해당 작가의 작품 가격은 폭등한다. 이를 ‘가고시안 효과’라고 한다.
아트 시장의 역사가 오랜 만큼 유명한 아트 딜러는 많다. 20세기 초반 파리에서 활동한 칸바일러는 피카소와 입체파 화가를 발굴했다. 20세기 후반 런던에서는 광고 사업가 출신인 찰스 사치가 데이미언 허스트 같은 영국 신예작가를 발굴해 유명해졌다.
아트 딜러로 성공하려면 안목과 자금력, 깔끔한 매너, 인내와 배짱이 모두 필요하다. 역사상 성공한 아트 딜러를 보면 예술적 기질을 갖고 있는 사람보다는 사업가적 능력이 있는 사람이 더 많았다. 프란체스코 다티니, 찰스 사치, 래리 가고시안이 모두 그런 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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