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한 삼성증권 뉴욕법인장미국 부동산 시장은 정말 호전되고 있는 것일까. 2월 주택지표를 보면 주택시장이 지속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신규 주택 착공 및 신규 주택 허가 건수가 모두 90만 건을 넘어섰다. 그동안 미국 부동산 낙관론을 경계했던 실러 예일대 교수가 “최근 미국 주택 시장이 갈수록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한 것도 부동산 시장이 호전되고 있다는 생각을 더욱 굳혀준다.
맨해튼에서는 방을 빌리거나 사고 싶어 하는 수요 대비 부동산 공급 물량이 적은 상황이다. 현지 부동산 에이전트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주거용 부동산 가치는 최근 1년간 대략 10% 상승했다. 주택을 매수할 때 정부가 지원하는 세금공제(부동산 세금, 모기지 이자 등)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고소득층이나 장기거주 목적의 거주자들은 주택을 매수하게 된다. 은행들의 모기지 승인 조건은 더 강화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말이다. 물론 맨해튼 부동산 상황만으로 미국 전체 부동산 시장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래도 맨해튼 부동산 시장이 주거 및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미국 내 최대 규모라는 점을 고려할 때 맨해튼의 추세를 이야기하는 게 크게 잘못되진 않은 것 같다.
미국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미국 국책 모기지 기관인 지니매(Ginnie Mae), 파니매(Fannie Mae), 그리고 프레디맥(Freddie Mac)이 발행하는 주택담보대출채권(MBS)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현재 약 5000만 개의 모기지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한 MBS가 발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규모만 하더라도 약 6000조 원에 이르고, 매년 1000조 원 정도의 MBS(30년 만기, 20년 만기, 15년 만기)가 새롭게 발행된다고 한다.
미국 정부는 MBS를 통해 장기적 안정적 고정금리를 제시해 국민이 주택을 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고 여기서 발생되는 리스크는 전문가들이 운용하는 금융시장, 채권시장으로 떠넘기고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채권시장에서는 전문적 시장 참여자들이 MBS의 리스크를 이용해 수익도 창출하고 또 손실도 감수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지니매, 파니매, 프레디맥을 통해 발행된 정부 지급 보증 MBS를 시장 내 투자자들이 원하는 형태의 상품으로 재구성해 내놓는다. 예를 들어 은행권 투자자에게는 1개월짜리 리보금리 기본 상품으로 팔고 나머지 남는 금리는 IO(Interest Only)채권으로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에게 판다.
미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개인과 기업 내 묶인 자금에다 유동성을 부여해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즉 건전한 모기지 대출을 기초로 MBS를 발행하고 지급보증 한 후 양적완화(QE)와 같은 통화정책을 통해 다시 시장 참여자가 이를 매수하게 함으로써 원활한 자금 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개인, 기관이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소비를 활성화하고 기업 투자를 확대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증시도 활성화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방법이 가능한 것은 미국 금융투자 시장이 여러 가지 리스크를 소화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넓게 생각하면 3경600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이 뒷받침되었기에 이런 방식이 통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를 생각해 볼 때 한국의 금융투자 시장도 상품을 도입, 소화하는 과정에서 한 단계 더 발전돼 경제 전반에 활기를 되찾아 주는 역할까지 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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