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외침(外侵)이 아니라 공직자의 부정부패에 의한 민심의 이반(離反)이다. 백성을 사랑하는 근본은 재물을 절약해 쓰는 데 있고 절용하는 근본은 검소한 데 있다. 검소해야 청렴할 수 있고 청렴해야 백성을 사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검소함은 목민관이 된 자가 가장 먼저 힘써야 할 덕목이다.”
조선시대 최고의 실학자로 꼽히는 다산 정약용이 저서 ‘목민심서’에 남긴 말이다. 공직자의 자세를 일깨우는 수많은 금언(金言) 중에서도 단연 가슴에 와 닿는다. 정약용은 늘 백성 편에 선 목민관이었다. 훗날 그가 역모를 했다는 누명을 썼을 때, 반대파인 노론 벽파도 백성들의 반발을 우려해 그를 죽이지 못하고 강진으로 유배를 보내는 것에 그칠 정도였다.
두 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시대가 만든 운명’, ‘이들이 꿈꾼 세상’이라는 2개의 제목 아래 다산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이 이룩한 성과와 업적은 물론이고 정치적인 좌절과 실패, 인간적인 면모까지 자세히 조명하고 있다. 저자가 철저히 연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을 읽으며 다산 선생과 관련된 역사 속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역사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정약용은 치열한 당쟁에 휘말려 18년간 귀양 생활을 했다. 형제들도 참수당하거나 유배지에서 숨을 거뒀다. 자신과 형제들에게 닥친 시련에도 정약용은 ‘백성을 위해 나라가 있다’는 믿음을 절대 버리지 않았다. 토지는 사대부가 아니라 농사짓는 백성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분과 지역 차별을 없애고 재능 있는 사람을 우대해야 사회가 발전한다고 믿었다. 정약용의 개혁안이 받아들여졌다면 우리 역사는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책을 읽으며 나의 공직 생활도 되돌아봤다. 30년 넘게 공직자로 살아오면서 많은 일을 맡았고, 나라를 휘청거리게 했던 일들도 겪었다. 시장과장으로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파동’을 수습했고, 국제협력과장으로 ‘우루과이라운드 이행계획서(CS) 파동’을 마무리했다. 농산물유통국장으로 ‘한중 마늘협상 파동’을 몸으로 겪었고, 주미 대사관 농무관으로 한미 간 쇠고기 협상을 현장에서 보고 겪었다.
파동 때마다 장차관이 경질되는 현실도 지켜봐야 했다. 공직자로서 한계를 느끼고 좌절과 회의감이 들 때도 많았다. 그럴 때 초심을 떠올리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자신의 안위보다 나라 발전이 우선이고, 공직자가 두려워해야 할 유일한 존재는 국민이란 다짐도 잊지 않았다.
어느 시대든 위정자들이 새겨야 할 중요한 가치는 ‘존중’이다. 상대를 존중하고, 국민을 존중해야 한다.김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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