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북한 리스크에도 꿈쩍하지 않던 한국 금융시장이 계속되는 북한의 위협에 술렁이고 있다. 국가나 기업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올 들어 최고 수준까지 올랐고 외국인투자가는 한국 주식·채권시장에서 돈을 빼가고 있다.
금융당국은 CDS 프리미엄이 높아졌지만 주요국과 비교할 때 낮은 편이고, 국내 은행의 외화자금 조달도 순조롭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의 위협수위가 높아지거나 실제 도발행위가 발생하면 금융시장이 상상 이상으로 흔들릴 수 있다며 주시하고 있다.
○ 부도 위험, 연중 최고치 경신
7일 금융감독원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한국의 국고채 5년물 CDS 프리미엄은 0.87%(5일 기준)로 지난해 말보다 0.22%포인트 높아졌다. CDS 프리미엄은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가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파생상품인 CDS에 붙는 가산금리다. 높아질수록 발행 주체의 부도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7일 CDS 프리미엄은 지난해 9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세계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북한의 위협으로 한반도와 인접한 중국, 일본의 CDS 프리미엄도 각각 0.74%, 0.75%로 한 달 새 19% 높아졌다. 같은 기간 미국의 CDS 프리미엄은 경기회복에 따른 기대감으로 10.8% 떨어졌다.
외국인투자가가 한국 주식·채권을 내다 파는 이른바 ‘셀 코리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3∼5일 사흘간 외국인은 1조5463억 원어치의 주식과 1조5224억 원어치의 채권을 내다 팔았다. 외국인투자가는 지난해만 해도 한국 채권을 주요국 자산 중 가장 저평가된 것으로 보고 대거 사들였다. 몇 달 새 입장이 정반대로 바뀐 셈이다.
○ “지금은 괜찮지만 위험요소 많아”
금융당국은 겉으론 차분하지만 물밑으로는 주요 투자자, 특히 외국인의 심상찮은 움직임이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CDS 프리미엄 상승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북한 리스크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총선, 키프로스 사태 등 대내외 복합 불안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3월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 만기연장비율이 단기 116.6%, 중장기 127%를 기록하는 등 외화조달 여건도 나쁘지 않다. 만기연장비율이 100%를 넘었다는 것은 만기 도래한 자금보다 만기를 연장하거나 새로 조달한 자금이 더 많아 외화차입에 이상이 없다는 뜻이다.
주식 투자자들도 반등에 ‘베팅’하는 분위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국내 레버리지펀드와 레버리지상장지수펀드(ETF)에 1조1941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북한 리스크가 커진 3월에만 약 9700억 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레버리지’ 상품은 주가지수가 올랐을 때 오른 폭의 1.5∼2배 수익을 얻는 고위험 고수익 상품이다. 북한의 위협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셈이다. 문제는 지금보다 북한의 위협이 커질 때다. 경기침체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처지에 금융시장이 냉각되면 애써 마련한 재정정책의 효과는 줄어들게 된다. 환율 급등 같은 외환시장에 대한 악영향이 실제 나타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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