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오후 경기 이천시 마장면의 야미푸드 공장. 현대홈쇼핑에서 판매하는 ‘도니도니돈까스’가 한창 생산되고 있었다. 일정한 크기로 잘린 등심이 튀김옷을 입은 뒤 급속냉동 과정을 거쳐 포장되고 있었다.
이때 현대홈쇼핑 품질연구소의 강동완 연구원이 미생물 검사도구인 ‘스왑 분석용 샘플 채취 도구’를 들고 나타났다. 그는 “세균이나 유해물질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홈쇼핑은 정기적으로 협력업체의 제조 현장에서 품질검사를 실시하는데 이날은 야미푸드 차례였다. 마재현 야미푸드 차장은 “연구원들은 소독용 알코올 분무기가 제자리에 놓여있지 않은 것을 보고도 지적한다”며 “워낙 꼼꼼하게 살펴보기 때문에 미리 자체 점검 과정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쇼핑업체의 품질관리 담당 부서는 사내에서 ‘보이지 않는 영웅’으로 불린다. 겉으로 화려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홈쇼핑업체들은 최근 강화된 검사 과정을 도입하면서 ‘소비자 불만 제로’에 도전하고 있다.
홈쇼핑의 품질관리는 판매 시점을 기준으로 세 단계로 이뤄진다. 판매 전에는 정부에서 정한 기준을 충족하는지 확인하고, 판매가 시작되면 현장을 찾아 점검한다. 판매 뒤에는 일반 고객을 가장해 물건을 배송시킨 뒤 포장과 배송 상태를 보기도 한다.
홈쇼핑업체들이 최근 가장 중점을 두는 과정은 현장 방문 점검이다. GS샵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협력업체에 대한 현장 검사를 대폭 강화했다. 전체 판매상품 대비 현장 검사율은 지난해 상반기 30%에서 올해 1∼3월 97%로 크게 높아졌다. 거의 모든 상품을 현장에서 직접 검사하는 셈이다.
현대홈쇼핑은 2007년 품질관리팀을 아예 품질연구소로 승격시켰다. 품질연구소 소속 10여 명의 연구원들은 연간 3600회 정도 방문 점검을 한다. 연구원 한 명이 하루 평균 한 곳 이상의 현장을 방문하는 셈이다. 올해는 100회 늘려 3700회 점검할 예정이다.
홈쇼핑에선 정부의 각종 안전기준을 충족시키고 원산지 표시만 정확하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홈쇼핑업체들은 정부 기준보다 훨씬 높은 기준을 협력업체에 요구한다.
현대홈쇼핑은 30만 원이 넘는 가격대의 프리미엄 상품에 대해서는 전수 조사를 한다. 2000만∼3000만 원을 들여 수입 유명 브랜드 핸드백을 구입한 뒤 유해 물질이 포함됐는지 검사하기 위해 칼로 조각조각 자르기도 한다.
GS샵은 지난해 7월부터 품질관리팀원이 상품을 직접 사용해 보는 ‘유저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품질관리팀에서는 600조각으로 구성된 장난감 블록을 일일이 조립해 보기도 하고 쉽게 깨지는지 보기 위해 유아용 제품을 바닥에 집어던지기도 한다.
CJ오쇼핑은 배송 만족도 높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수도권을 대상으로 직원이 직접 배송에 참여해 제품에 대한 고객의 의견을 듣는 ‘노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CJ오쇼핑 측은 노크 제도의 대상 지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녹색소비자연대 정윤선 부장은 “홈쇼핑 판매 제품의 가격이 올라가면서 고객들의 기대치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며 “홈쇼핑 업계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품질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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