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위기론’ vs 구본무 ‘1등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9일 03시 00분


경영 키워드로 본 삼성-LG 회장의 리더십

“안심해서는 안 된다. 위기의식을 갖고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

해외에 체류하다 3개월 만에 국내로 돌아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일성은 역시 ‘위기’였다. 이 회장의 위기론은 사실 새삼스럽지 않다. 평소 그는 자신의 경영이념을 함축해 공식 석상에서 위기론을 자주 키워드로 풀어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최근 눈에 띄게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1등’이다. 대학생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부터 경영진 회의까지, 일관되게 1등과 시장 선도를 주문하고 있다.

40년 라이벌 그룹인 삼성과 LG의 수장(首長)이 강조하는 경영 키워드에는 긴장감을 늦추면 낙오하는 21세기 신경제 질서에서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생존전략과 오랜 고민이 묻어 있다.

이 회장이 처음 위기론을 꺼낸 것은 1993년 ‘신경영 선언’ 때다. 당시 그는 “삼성전자는 진행성 암에 걸려 있다. 정신 안 차리면 구한말 같은 비참한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했다. 삼성 관계자는 “1992년 삼성의 매출이 38조 원을 넘어서 다들 고무돼 있던 시점에 회장이 예상 밖의 발언을 꺼내 당황했다”고 회상했다.

취임 20주년을 맞은 2007년에는 ‘샌드위치 위기론’과 ‘5, 6년 뒤 위기론’을 연달아 꺼냈다. “중국에 쫓기고 일본에 뒤처지는 샌드위치 신세”라고 말한 지 두 달 만에 “삼성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5, 6년 뒤 큰 혼란을 맞을 것이다”라고 경고해 정치권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삼성 특검 이후 23개월 만에 경영에 복귀한 2010년에는 “지금이 진짜 위기다. 10년 뒤엔 삼성 대표 제품이 하나도 없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제조업체 최초로 매출 200조 원을 넘어선 올해 신년 하례식에서도 “지난 성공은 잊어라”고 말했다.

구 회장도 취임 직후부터 꾸준히 ‘1등’을 언급했다. 1996년 사내(社內) 경진대회인 ‘LG스킬개발대회’에 참석해 “2005년까지 경영의 질과 양 모두에서 1등을 실현하는 비약적 성장을 이루겠다”고 말한 것이 시작이었다.

1등론이 구체화된 시점은 취임 10년을 맞은 2005년 ‘LG 웨이(Way)’를 제시하면서부터다. 이어 지난해 9월 임원 300여 명을 모아놓고 시장 1등을 주문한 뒤로는 거의 모든 공식석상에서 ‘1등 LG’를 강조하고 있다.

오너의 강력한 메시지에 따라 인화(人和)로 대표되는 LG의 기업문화도 바뀌고 있다. 정기인사철이 아닌데도 성과가 좋지 않은 임원을 교체하는 인사와 상벌체계가 자리잡혀 가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예전에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분위기였지만 요즘은 철저하게 성과 위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두 수장 모두 1등이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는 위기의 글로벌 시장을 제대로 읽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삼성의 위기론은 지나치면 조직의 피로도를 높일 수 있고 LG의 1등론도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면 혼란과 의욕 상실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이건희#구본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2

추천 많은 댓글

  • 2013-04-09 12:11:48

    거니는 올해를 넘기기가 .....

  • 2013-04-09 11:12:03

    기업정서의 차이가 오늘의차이 삼성은그나마 부정 등의 척결의지가 높고 다른쪽은 좀 그러네 입찰시켜놓고 네고 다해놓고 나중에는 입찰참여도 안한 자기네 자회사주고 그런 기업관이 오늘의 처지를 만든걸세 10여년전 얘기네요즘은 달라졌나?삼성 현대는 그정도는 아니였지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