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얀 종이 위에 하나씩 저를 털어놓았습니다. 종이에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묻는 질문이 가득합니다. 볼펜으로 꾹꾹 빈칸을 메웠습니다. 앞에 앉아 조용히 저를 기다리던 미모의 여성에게 다 작성한 종이를 건넸습니다. 여성은 종이를 읽고는 다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
“투자 성향이 펀드 투자에 적합하지 않으세요. 계속 가입을 진행하시겠어요?”
미루고 미루던 적립식 펀드에 드디어 가입했습니다. 결혼한 지 5개월 만, 시시콜콜 금융투자 연재를 시작한 지 4개월 만입니다. 펀드에 가입하겠다고 ‘고백’하자 평소 친하게 지내던 증권사 직원은 “아직도 가입 안 하고 대체 뭐 하고 있었던 것이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사실 적립식 펀드는 결혼 전부터 가입하려고 했던 상품입니다. 친구와 선배들이 적금과 적립식 펀드는 재테크의 ‘기본 세팅’이라며 누차 강조해왔기 때문입니다. 중간에 기회는 몇 번 있었습니다. 그러나 새가슴 투자자인 저는 연초 코스피가 2,030을 넘었다가 곧바로 1,990대로 떨어지는 걸 보며, 보합세를 보이던 주가가 2월 1,930까지 급락하는 걸 보며 조마조마해서 망설이기만 했죠.
적립식 펀드는 주가가 오르건 떨어지건 꾸준히 주식을 매입하는 상품이라 주가가 떨어졌다고 해도 크게 실망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주가가 떨어질 때는 오히려 싸게 주식을 살 기회라고 하더군요. 그래야 나중에 주가가 오를 때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겠죠. 그렇다고 해도 출렁이는 주식시장에 영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등락이 심한 날은 ‘다다다’ 다리를 떨며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창을 열었다 닫았다 할 게 뻔합니다.
저 같은 사람을 위해 증권사들은 적립식 펀드 플랜 서비스를 내놓았습니다. 매달 일정액을 적립하는 일반 적립식 펀드와 달리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자가 투자금액, 투자기간을 미리 ‘세팅’해 두고 조절할 수 있는 게 특징이죠.
이번에 저도 적립식 펀드 플랜 서비스에 가입했습니다. 저는 코스피가 1,800 미만일 때는 국내주식형에 50만 원을 넣고 1,800∼2,000이면 국내주식형에 25만 원을, 해외채권형에 25만 원을 들겠다고 선택했습니다. 저보다 더 보수적인 사람이라면 투자 대상을 여러 개로 잘게 쪼개고, 지수대도 더 나눌 수 있겠지요. 이렇게 하는 이유는 적립식 펀드가 가진 평균매입단가 인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입니다. 평균매입단가 인하 효과란 주가가 높을 땐 적게 매수하고, 낮을 때는 많이 매수해 평균매입단가가 낮아지는 효과를 말합니다. 장기 투자 시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기반이 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청산할지, 원리금을 종합자산계좌에 넣고 적립을 이어 나갈 것인지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유의할 점도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 이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이 단점이기도 한데요. 투자자가 시장 상황을 예측해 적립금이나 투자기간, 목표수익률 등을 정하는 거라 만약 시장을 잘못 읽고 있다면 기존 적립식 펀드보다 못하겠죠.
신한금융투자에서 적립식 펀드 플랜 서비스 개발에 참여했던 박준규 대리는 “어느 정도는 시장을 보는 눈이 있어야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지수가 상승하는 장에서는 일반 상품보다 수익률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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