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펀드 ‘피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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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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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중국 펀드만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2007년 여름 친구의 권유로 결혼자금 3000만 원을 피델리티자산운용의 중국 펀드에 넣었다. 당시 중국 펀드가 인기 있었던 데다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가 피터 린치가 활동했던 회사라 신뢰가 갔다. 박 씨는 가입할 때 4,000대였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같은 해 10월 6,000대로 치솟을 때만 해도 든든했다. 하지만 2008년 초부터 하락세를 보이던 중국 증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부터 꺾이기 시작해 현재 2,200대에서 머무르고 있다. 결혼자금으로 쓰지도 못 했을뿐더러 지금도 20%가량 손해를 본 게 억울해 환매는 생각도 않고 있다.

○ 괴로운 투자자

박 씨 같은 중국 펀드 투자자들은 괴롭다. 한때 ‘황금알’을 낳을 것처럼 알려져 투자자들을 끌어 모았지만 주요 펀드들은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다. 중국 펀드는 국내 투자자들이 가입한 해외 펀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국내 주식, 부동산 투자에서 자산가치 하락을 겪는 많은 투자자가 ‘대체 투자수단’으로 선택한 해외 펀드마저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10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자산 10억 원 이상 104개 중국 펀드의 최근 3개월 평균수익률은 ―3.97%다. 2년 수익률은 ―15.17%, 5년은 ―15.49%로 떨어진다. 고점에 들어가 의도치 않게 ‘장기’ 투자를 하고 있는 대부분의 투자자는 언제 투자를 끝낼지 감도 못 잡고 있다.

자산 기준으로 상위 5개 펀드는 5년간 ―10%, ―20%대의 손해를 봤다. 이 5개 펀드는 전체 중국 펀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중국 펀드 자산 10조4055억 원 중 4조9730억 원(47.8%)이 △신한BNP파리바봉쥬르차이나2(주식)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1(주식) △피델리티차이나자(주식) △신한BNP파리바봉쥬르차이나1(주식) △슈로더차이나그로스자A(주식)에 들어 있다.

다른 펀드들은 설정 후로는 그나마 플러스 수익률이지만 2007년 5월 자금 모집을 시작한 피델리티차이나펀드는 설정 후 수익률이 ―10.54%로 유일하게 마이너스다. 이 펀드는 피델리티자산운용 전체 펀드 자산의 36%나 된다.

해당 펀드들의 실적이 나쁜 이유는 중국 증시 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펀드매니저 수에 비해 운용하는 펀드 수가 많은 것.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피델리티는 펀드매니저 1명당 14개 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미래에셋은 13개, 신한BNP파리바와 슈로더는 모두 8개다. 자산운용사 전체 평균으로는 1인당 5개다.

박창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해외에서는 일반적으로 펀드매니저 3명 이상이 팀을 꾸려 하나의 펀드를 운용한다”며 “유행에 따라 펀드를 쏟아냈다가 방치하는 식이다 보니 소규모 펀드가 많아지고 펀드매니저들은 펀드 관리를 소홀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본사의 펀드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펀드매니저 수가 적은 편”이라고 해명했다.

이 펀드 가입자들은 수익률이 저조한데도 매년 순자산총액(고객이 돌려받을 돈)의 약 1.5%를 꼬박꼬박 운용사, 판매사, 수탁사 등에 내고 있다.

○ 언제 회복하나

중국 펀드 수익률이 플러스로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미국 증시는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일본 증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올랐지만 중국 증시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 12월 1,950대로 최저점을 찍은 뒤 2,440대까지 올랐다가 이날 현재 2,220대에 머물고 있다.

김성준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지난해 말부터 중국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금융시장도 함께 얼어붙고 있다”며 “다만 기초체력에는 문제가 없는 만큼 하반기로 갈수록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 “中증시 상승동력 안보여 더 걱정” ▼

중국 증시의 ‘바닥론’은 매년 되풀이되고 있지만 상승 동력이 당분간 없어 보인다는 점도 문제다. 성장은 둔화하고 있지만 소비는 생각만큼 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경제 운용 방향을 투자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바꾸면서 성장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초고속 성장에 따른 부작용을 억제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 중국은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8%대 아래의 경제성장률(7.8%)을 보였으며 올해 성장률 목표도 7.5%로 낮춰 잡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중국 하이난 성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에서 “중국 경제가 정부 주도의 초고속 성장 시대를 끝내고 지속 가능한 성장 시대에 돌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금이 바닥이라고 보지만 올해 안으로 크게 반등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며 “올해 2,200∼2,500 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차이나펀드#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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