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체 LIG넥스원의 이진영 주임(32·여)은 이달 초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국가대표 납땜왕 선발대회’에서 여성으로서 우승을 차지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산업제품 생산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납땜 경연대회에서 140여 명의 베테랑을 제치고 우승한 것이다. 올해 국내에서 처음 열린 이 대회는 내년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국제인쇄회로표준기구(IPC) 월드 솔더링(soldering·납땜) 챔피언십’의 국내 예선을 겸한 대회였다. 이 주임은 이 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다. ○ 첨단 무기용 부품 만드는 납땜 챔피언
1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LIG넥스원 연구개발(R&D)본부에서 만난 이 주임은 인터뷰 내내 차분한 모습이었다. 대회 우승 직후의 흥분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우승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냥 매일같이 하던 일을 대회에 나가서 했을 뿐”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 주임이 1999년부터 몸담아 온 LIG넥스원 구미생산본부 PM(프로젝트매니지먼트)6팀은 미사일, 레이더 등 첨단장비에 들어가는 회로기판 ‘PCB’ 납땜을 도맡아 하는 곳이다. 고도의 정밀도를 요하는 분야인 만큼 기초 작업인 납땜이 매우 중요하다. 이 주임은 “현미경을 사용할 정도로 초정밀 작업”이라며 “이번 대회에 과제로 주어진 납땜 작업은 기초 작업이라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주임과 함께 대회에 참가한 LIG넥스원 동료들이 이번 대회에서 한결같이 좋은 성적을 올렸다. 전체 참가자 140여 명 중 20여 명이 올라간 대회 본선에 3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이 주임은 “PCB를 이루는 칩 한 개가 어떤 것은 1억 원 정도 할 정도로 고가 부품들이라 납땜 작업에 모든 신경을 쏟아야 한다”며 “집중해서 작업을 하다 보니 숙련도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 사회 경험이 곧 대학 졸업장
‘국내 첫 납땜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이 주임은 나이는 어리지만 오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고등학교 재학 당시 실습생으로 일하며 회사에 첫발을 들인 이 주임은 70여 명의 팀원 중 고참급 직원이 됐다. 여고생 시절 교사를 꿈꾸던 이 주임은 “우리는 나라를 위한 첨단 장비를 만든다”는 채용 담당 직원의 말에 경북 영천시 고향을 떠나 LIG넥스원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회사에서 평생 배필을 만나 지금은 슬하에 딸아이를 하나 두고 있다.
이 주임은 최근 기업들이 고졸 출신 사원들을 적극 채용하고 있는 데 대해 “젊은 친구들이 어려서부터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도록 기업들이 좋은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주임은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일하는 시간을 쪼개 야간대학에도 다녀봤지만 목표가 없는 공부는 무의미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납땜 국가대표가 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사회에서 쌓은 내 경험이 대학 졸업장보다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 주임은 내년 열리는 세계 대회에서 우승을 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는 “내 자신의 실력뿐만 아니라 국내 방위산업체의 기술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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