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무제한 음성통화를 허용하는 LTE 신규요금제를 발표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치열한 보조금 경쟁을 벌였던 이동통신 업계가 이번에는 무제한 음성통화 서비스 경쟁으로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SK텔레콤과 KT가 지난달 말 자사 가입자 간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이자 LG유플러스도 11일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고 음성통화 무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LG유플러스는 이날 음성통화를 무제한 허용하는 롱텀에볼루션(LTE) 전용 요금제 8가지를 15일부터 선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월 6만9000원 이상 요금제를 선택하면 LG유플러스 가입자 간은 물론이고 SK텔레콤, KT 등 다른 이동통신사 가입자와 통화할 때도 무제한 무료 음성통화를 할 수 있게 했다. 이같이 망외(網外) 가입자와도 무제한 무료 음성통화를 허용한 것은 국내 최초다. ○ 전화 많이 거는 영업직에 유리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이번 요금제는 특히 택배기사, 영업사원 및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큰 혜택이 될 것”이라며 “2011년 7월 국내 LTE 시대를 개막한 LG유플러스가 이번에는 (망외) 음성통화 무제한 시대를 세계 최초로 선언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가 선보인 신규 요금제는 크게 4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인 월 3만4000원, 4만2000원, 5만2000원 요금제 가입자에게는 LG유플러스 가입자(망내)와의 음성통화가 무제한 허용된다. 경쟁사와 달리 기본요금을 올리지 않고도 망내 무제한 무료 음성통화를 할 수 있도록 했다. 2년 약정을 하면 요금이 추가로 할인된다.
2단계인 6만9000원, 7만9000원 요금제에서는 망내뿐 아니라 망외 음성통화가 무제한 허용되고, 3단계인 8만9000원, 9만9000원 요금제에 가입하면 집이나 사무실 등 유선전화로 연결되는 음성통화까지도 제한 없이 쓸 수 있다. 가장 비싼 월 12만4000원 요금제에서는 데이터까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신규 요금제에서는 월 요금에 관계없이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무제한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기기 2대까지는 남는 데이터를 공유할 수도 있다.
○ 접속료 부담 해소가 관건
LG유플러스는 고객 관리를 위해 휴대전화를 많이 쓰는 영업직, 전문직 종사자들이 특히 신규 요금제에 큰 관심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예를 들어 한 번에 5분씩, 하루 15번 통화하는 보험설계사라면 기존에는 11만 원 이상의 요금을 내야 했지만 새 요금제에서는 부가세를 포함해 7만5900원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신규 요금제 출시에 따라 연간 6000억 원 이상 요금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입자당으로 따지면 월 1만5000원꼴이다. 그러나 LG유플러스 측은 “손실분을 가입자 유치로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내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가입자 수가 적어 SK텔레콤이나 KT가 이미 내놓은 망내 무료요금제만으로는 승산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를 통신사에 관계없이 무제한 무료 음성통화를 허용하는 카드로 정면 돌파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동통신사 간 통화 때 부과되는 ‘접속료’는 LG유플러스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 가입자가 SK텔레콤이나 KT 가입자에게 전화하면 분당 약 26원의 접속료를 상대 통신사에 지불해야 하는데 망외 무제한 무료 음성통화를 허용하면 통신사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고객의 혜택을 늘린 것은 데이터 요금제가 이동통신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기 때문”이라면서 “시장을 왜곡하는 접속료는 정부가 전면 재검토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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