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했다. 한은의 김중수 총재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6개월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하면서 최근 금리 인하를 압박해온 정부와 청와대에 맞서는 모양새가 됐다.
침체된 경기를 띄우기 위해 ‘한은 독립성 훼손’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금리 인하를 요구하던 현오석 경제팀으로선 리더십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또 무리하게 한은을 압박함으로써 김 총재의 ‘운신의 폭’을 좁혀 금리 동결을 자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총재 역시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금리를 제때 낮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김 총재는 금통위가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성장세가 현재 개선되는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금리 동결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기준금리에 대한 정부의 의견 개진에 압박을 느꼈는지 묻는 질문에 “외부의 금리 인하 기대 등은 금리 결정에 중요한 변수가 되지 못한다”며 정부와 각을 세웠다.
이날 한은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로 2.6%를 제시했다. 1월에 내놨던 성장률 전망치(2.8%)에서 0.2%포인트 낮춘 것이지만 지난달 28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전망치(2.3%)보다 0.3%포인트 높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을 위해 과도하게 전망치를 끌어내렸다고 한은이 판단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기재부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추경까지 동원해 경기를 살리려는 마당에 한은과 정책 공조에 문제가 생겨 경기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부족한 세수 확보와 경기 부양을 위해 추진 중인 추경 규모는 17조 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10조 원은 세입 보전에, 나머지 7조 원은 경기 부양에 사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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