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의 자리에 있어도 위기는 반드시 온다. 승부의 세계에서 당연히 질 수도 있다. 단 연패는 절대 안 된다.”
올해 IBK기업은행 여자프로배구단 ‘알토스’ 선수들이 이정철 감독(53)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지난달 29일 경북 구미시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여자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알토스는 정규리그 1위에 이어 통합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창단 2년 만에 통합우승을 한 팀은 야구 축구 농구 배구를 통틀어 기업은행 알토스가 처음이다.
알토스의 성공이 경영에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11일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이 감독, 이효희 남지연 선수, 배구단 단장인 정환수 부행장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나쁜 공기는 금방 전염된다”
성공한 모든 기업에 탁월한 리더십을 갖춘 최고경영자(CEO)가 있듯이 기업은행 여자배구단에도 이 감독이 있다. 그의 별명은 ‘독사’다. 선수들을 혼낼 때는 누구보다 매섭게 질책한다. 특히 사소한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나태한 정신력을 가장 싫어한다.
그가 신생팀 감독을 맡으면서 선수들에게 가장 강조한 것은 ‘연거푸 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경기를 하다 보면 질 수도 있다. 중요한 건 패배 이후의 자세다. 한 번 질 수는 있지만 그 다음에는 무조건 이기려는 승부욕이 있어야 한다. 나쁜 공기는 금방 전염된다. 자꾸 지다 보면 패배 분위기가 팀에 젖어든다. 그런 팀은 절대 1등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창단 후 첫 시즌 막바지에는 4연패를 당하기도 했지만 감독의 끊임없는 압박과 선수들의 정신력으로 이번 시즌에서는 한 번도 연패를 당하지 않았다.
○ “스타 선수 없어도 된다”
기업은행 배구단을 일부에서는 ‘외인구단’이라고 부른다. 국가대표로 뛰는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구단과 대비해 선수 층이 그다지 화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배구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개개인이 아니라 팀워크”라고 말한다.
이 감독은 배구단을 맡자마자 2010년 은퇴한 이 선수를 주장으로 불러들였다. 이 선수 외에도 남 선수, 윤혜숙 선수 등 노장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다. 20대 초반 젊은 선수들보다 득점력은 떨어지지만 이들의 노련함과 경험이 팀에 잘 녹아들면 폭발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했다.
신구(新舊)의 조화를 노린 이 감독의 용병술은 빛을 발했다. 베테랑 3총사의 감초 같은 공격과 탄탄한 수비가 젊은 후배들의 화려한 공격과 어우러진 것이다.
○ “권한은 과감, 간섭은 제로”
정 부행장은 모든 일정을 짤 때 1순위를 배구 경기에 뒀다. 그는 이번 시즌 대부분의 경기를 직접 경기장에서 관람했다. 배구단을 향한 애정과 관심은 구단주인 조준희 기업은행장도 마찬가지였다. 조 행장은 월요일 임원회의를 주재할 때마다 주말 배구단의 성적 이야기로 회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관심과 애정이 간섭으로 이어지는 일은 없었다. 배구단 운영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이 감독을 믿고 그에게 전권을 줬다.
정 부행장은 “배구단 운영에 대해서는 우리는 ‘아마추어’, 감독이 ‘프로’이기에 감독에게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만 물어봤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아주 중요한 경기에 조 행장은 직접 경기장에 안 오고 TV로 봤는데 이는 나와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 차원에서 일부러 그런 것”이라며 “선수들이 그 마음을 알기에 더욱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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