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베트남 호찌민거래소(HSX) 지수가 500 선을 넘어섰다. 2011년 2월 18일 503.92로 마감한 이후 약 2년 2개월 만에 찾아온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에 지수가 500 선을 회복한 것은 차별점이 있다.
우선 시장 참가자들의 구성 변화다. 최근 수년간 베트남 주식시장의 주요 참가자들은 단기 투자 중심의 베트남 내국인들이었다. 이들은 주로 증권사를 통한 신용 거래로 레버리지를 일으킨 뒤 단기 차익을 추구함으로써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크게 키웠다.
일례로 지난해 8월 아시아상업은행(ACB) 사태를 들 수 있다. 베트남 최대 민간은행인 ACB는 창업주가 비리 혐의로 체포되면서 대거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했다. 순수한 경제적 이슈가 아닌 정치적 이슈에 주식시장이 과민 반응하는 등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이번에 지수 500 선 회복을 이끌었던 주요 수급 세력은 장기 투자자 중심의 외국인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추후 베트남 주식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지수 급락 위험이 어느 정도 완화됐을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지수 상승도 기대된다.
사실 이러한 외국인투자가들의 귀환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2012년 이후 베트남 경제는 눈에 띄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특히 외국인투자가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였던 베트남 동(VND)의 환율이 최근 달러당 2만800∼2만1000동으로 안정됐다. 베트남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중 하나였던 인플레이션이 조기 안정되면서 올해 베트남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 기조는 안정에서 성장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법인세 경감 및 부동산 활성화 대책 등 경기 부양 정책들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러한 기대심리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풍부한 유동 자금을 베트남 시장으로 흡수하는 주요인이 됐다. 최근 7주 연속 베트남 주식시장은 외국인 투자자금 순유입을 기록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외국인 투자자금은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베트남 국채시장으로도 계속 유입되고 있다. 2011년을 정점으로 인플레이션이 하향 안정됨에 따라 베트남 정부는 기업들의 이자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흥미로운 점은 베트남 정부가 금리를 인하한 이후 인플레이션 우려가 오히려 더욱 완화되고 있다는 점이며 이로 인해 추가 금리인하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금리 인하는 국채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고, 앞으로 금리가 더 떨어지면 국채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되자 외국인투자가들이 베트남 국채 투자에 흥미를 느껴 투자자금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한국 투자자들도 이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베트남 국채는 만기 3년, 5년, 10년물 기준으로 8% 초반∼9% 중반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어 다른 신흥국에 비해 상당히 매력적인 수준이다.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던 베트남이 재도약하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인다. 한국 투자자들도 베트남 증권시장에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그 과실을 충분히 누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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