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연임 포기 조건으로 임기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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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5일 03시 00분


금융당국, 魚 KB금융회장과 합의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은 사의… 후임에 이종휘 이순우 등 거론

KB금융그룹 어윤대 회장이 7월 초까지인 현 임기만 채우고 연임 도전은 포기하기로 금융당국과 잠정 합의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도 사의를 공식 발표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14일 본보 기자와 만나 “어 회장은 임기가 3개월도 채 남지 않아 임기를 채워도 연임만 하지 않는다면 당장 사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어 회장도 이런 부분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이 민간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해 어 회장에게 즉각 사퇴를 종용하는 대신 임기 만료 후 명예 퇴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 어윤대 회장에 ‘임기보장 후 연임 포기’

금융당국이 어 회장에 대해 ‘임기보장 후 연임포기’라는 카드를 고른 데는 민간금융회사의 인사에까지 정부가 개입한다는 비판을 불식하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이런 방침에 따라 KB금융 측은 신임 회장 선출을 위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다음 달 중 가동할 계획이다. 7월 12일인 어 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대로 신임 회장이 취임하려면 45∼60일 정도의 회추위 활동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KB금융이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하는 데 실패하는 과정에서 어 회장이 사외이사와 갈등을 겪는 등 경영상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어 회장이 연임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임기 만료 전 KB금융을 포함한 대형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금융지주회사와 자회사의 책임 및 권한이 분명하지 않아 지주사가 자회사를 상대로 경영권을 남용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조직개편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 이팔성 회장은 ‘즉각 사퇴’ 종용에 무릎

반면 당국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던 우리금융 이 회장은 이날 “회장 취임 이후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차에 걸쳐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를 최초로 시도했으나 무산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민영화가 조기에 이뤄지기를 기원한다”며 사의를 밝혔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거취에 관한 소문이 계속 나오다 보니 이 회장이 의사를 분명히 표명해 불확실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퇴 결정이 이달 말로 예정된 감사원의 우리금융 감사 결과 발표와 관련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이번 주 중 임시이사회를 열어 회추위를 꾸려 회장 공모를 시작할 계획이다. 우리금융 측은 공모절차를 거쳐 새 회장이 취임할 때까지의 기간을 감안할 때 이르면 다음 달 중 새 회장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계에선 벌써부터 우리금융 차기 회장과 관련한 하마평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 출신으로는 이종휘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과 이순우 현 우리은행장이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우리은행장을 지내 우리금융 내부사정을 잘 알 뿐 아니라 현재 신용회복위 위원장을 맡고 있어 서민을 중시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금융 관련 국정철학을 잘 추진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금융을 인수할 사모펀드를 설립했던 이덕훈 키스톤 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도 회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관료 출신으로는 임종룡 전 국무총리실장,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등이 후보군을 형성하고 있다.

차기 회장이 정해지면 금융당국은 총 18조 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간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정부는 6월까지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확정짓고 과거와는 다른 방식의 민영화작업을 통해 ‘주인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홍수용·신수정 기자 legman@donga.com
#KB금융그룹#어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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