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제 혁신이 가장 큰 사회공헌”… 고객과 通했다
배려-공익경영 독보적인 1위… ‘무제한 공짜’로 경쟁사 참여 이끌어
‘착한 기변’ ‘착한폰’으로 혁신 거듭
올해 초 회사의 요금전략을 담당하는 마케팅전략본부장으로 발령받은 윤원영 SK텔레콤 상무는 큰 짐을 짊어진 느낌이었다. 갈수록 혼탁해지는 이동통신사 간의 휴대전화 보조금 전쟁을 끝낼 수 있는 해법을 찾으라는 미션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이동통신사들은 경쟁사의 가입자들을 빼앗기 위해 과도한 보조금으로 ‘제 살 깎기’ 경쟁을 벌여왔다. 자연히 휴대전화를 수시로 바꿔 잇속을 챙기는 ‘체리피커’들이 설치는 시장의 왜곡이 일어났다. 평범한 장기 가입자들이 규제기관에 항의하는 일까지 잦아졌다.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지만 윤 본부장은 쇠락하는 음성통화 시장을 대폭 개방하고 무선데이터 중심으로 요금체제를 개편하는 것이 해법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수입을 포기해야 하는 조직 내부의 반발이 관건이었다. 윤 본부장을 비롯한 마케팅전략본부는 “보조금으로 빼앗아 온 가입자는 다시 보조금으로 빼앗길 수밖에 없다. 상품과 서비스 혁신만이 소비자와 기업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길”이라고 설득했다.
논란 끝에 SK텔레콤은 지난달 22일 아무도 가지 못한 길을 선택했다. SK텔레콤 가입자 간(망내) 무제한 통화, 무제한 문자메시지, 그리고 ‘LTE 데이터 함께 쓰기’ 등 ‘T끼리 요금제’를 내놓은 것이다.
윤 본부장은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막대한 보조금으로 가입자를 빼앗는 구도로는 장기적인 고객 가치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며 “1등 사업자부터 먼저 매를 맞자는 생각으로 문제의 본질에 다가섰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올해 초 동아일보와 서울여대 착한경영센터, 리서치앤리서치(R&R)가 소비자 및 전문가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착한기업지수(GBI) 조사에서 통신업종 1위에 올랐다. GBI는 △배려 경영 △진정성 경영 △공익 경영 등 세 부문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SK텔레콤은 배려 경영(64.37점)과 공익 경영(61.33점)에서 통신업계 독보적 1위를 기록해 화제를 모았다.
평가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소비자들과의 친밀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통신업계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SK텔레콤이 GBI 조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라는 특성을 살려 저소득층 모바일 교육 등 꾸준한 사회공헌활동을 해온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SK텔레콤 측은 “이보다는 요금제 혁신을 착한기업의 대표 사례로 꼽고 싶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결단은 이동통신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왔다. 한 달도 안 돼 KT, LG유플러스가 파격적인 요금제를 내놓았다. 보조금이 줄어들자 치솟던 스마트폰 가격 역시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혼탁했던 이동통신 시장이 순식간에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SK텔레콤 고객들은 망내 음성통화 요금 무료화만으로 연간 총 1200억 원 이상의 가계통신비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윤 본부장은 “T끼리 요금제 외에 ‘착한 기변’과 ‘착한폰’에도 비슷한 고객지향 철학이 녹아 있다”고 말했다. 착한 기변은 18개월 이상 장기 우량고객이 기기를 바꿀 때 가격을 추가로 할인해주는 제도로 2월 도입했다. 최신 휴대전화의 첨단 기능은 그대로 유지한 채 가격을 50만∼60만 원대로 낮춘 착한폰 역시 화제다. SK텔레콤의 ‘착한 시리즈’가 통신업계의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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