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의 밑거름을 만드는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인 아이디어는 어떻게, 어디로부터 얻을까? 스티븐 존슨은 ‘연결’을 위한 플랫폼, 즉 아이디어와 창조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생태계는 누가, 어떻게 만들까. 그 답은 생태학자들의 최근 40년 동안의 연구에서 얻을 수 있다. 이들은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생물을 ‘핵심종’이라고 부른다. 이것의 대표적 사례는 ‘생태계의 엔지니어’라 불리는 비버(beaver)이다.
비버는 포플러와 버드나무를 베어 댐을 만들어 온대림을 습지로 바꿔 놓는다. 그러면 수많은 동물들이 그 습지로 모여든다. 도가머리딱따구리는 비버가 베어내어 죽은 나무에 구멍을 뚫어 보금자리를 만들고, 캐나다기러기는 버려진 비버의 굴에 자리를 잡는다. 사실 비버는 천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댐을 만들었지만 그 행위는 다양한 생물들이 모여 사는 플랫폼을 만들어냈다. 비버 같은 역할을 해줄 핵심종이 인간에게는 없을까? 사람들이 만드는 혁신의 온상은 ‘물리적 공간’의 플랫폼이다. 실리콘밸리의 홈브루 컴퓨팅클럽, 빈 베르크가세 19번지에 있는 프로이트의 집에서 열렸던 수요모임, 18세기 영국의 커피하우스 등은 모두 작은 규모의 플랫폼이었다.
그런데 영국의 커피하우스가 어떻게 혁신의 플랫폼이 된 것일까? 당시 에드워드 로이드와 윌리엄 언윈 같은 커피하우스 소유주들이 만든 공간에서 사람들은 서로 다른 생각들을 자유롭게 주고받으면서 이곳을 ‘아이디어의 장(場)’으로 만들었다. 지금 우리는 창조경제에 눈을 뜨고 있다. 과거 과학과 기술을 바탕으로 한 산업화의 성공을 통해 성장한 대한민국이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한 ‘창조경제’를 통해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산업화는 투입에 생산 효율을 곱하면 산출이 계산되어 나오지만, 지식 창조경제는 플랫폼을 통해 예측할 수 없는 결과물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비버처럼 혁신 생태계에 기여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이가 많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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