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그룹 계열사인 만도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전격 참여하기로 한 뒤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만도 주가는 이틀째 급락했고, 만도 지분을 보유한 자산운용사는 주주이익을 침해당했다며 법원에 증자 반대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16일 “한라건설 유상증자 참여는 대주주를 제외한 72%의 만도 주주와 종업원들의 이익을 명백히 훼손하는 행위”라며 만도의 자회사인 마이스터가 증자를 할 수 없게 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서울동부지법에 제출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만도의 지분 1.77%를 보유하고 있다.
트러스톤 측은 “만도가 가진 현금성 자산의 80% 이상인 자금이 회생가능성이 불분명한 대주주의 유동성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투입됐다”며 “대주주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나 다른 부실계열사를 지원하기 위해 우량 계열사의 자금을 동원하는 잘못된 관행은 위법하고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경영진의 책임을 따지고 관련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투자자와 투자기관도 트러스톤에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도 지분 9.7%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 측은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만도 측은 “한라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더라도 기존에 쌓아놓은 내부 유보금과 들어올 현금을 고려하면 유동성 측면에서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만도는 전날보다 5600원(6.62%) 떨어진 7만9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전날은 하한가로 추락한 바 있다. 이날 주가는 2010년 5월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된 이래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것. 증시에서는 만도가 본업인 자동차 부품 제조와 무관한 지원에 나선 데다 그동안 유상증자 참여를 부인했기 때문에 ‘신뢰가 깨졌다’는 점에서 투자심리가 나빠졌다고 봤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의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정책에 상반된 결정인 데다 본업인 자동차 부품 제조와 무관한 자금지원이라는 점에서 만도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만도가 보유하던 현금(성 자산)을 출자하게 되는 만큼 향후 연구개발 투자 여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김동하 교보증권 연구원은 “당분간은 그룹리스크에 따른 영향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동안 주가하락의 주요인이던 그룹리스크가 현실화했고 수익구조도 개선되고 있어 매수타이밍을 천천히 포착해야 할 때”라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만도는 자회사인 마이스터에 3786억 원을 증자하고 마이스터는 한라건설에 다시 3385억 원을 출자하는 형태로 한라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한라건설이 만도의 지분 19.99%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인 만큼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그간 건설경기 침체로 재무상태가 나빠졌던 한라건설은 계열사의 지원을 받아 부채비율이 556%에서 200%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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