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가총액 1위(약 4조3525억 원)인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56)이 공매도 투기세력과 싸우는 데 지쳤다며 보유 주식 전량을 다국적 제약회사에 매각하겠다고 선언했다.
서 회장은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시티 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 개발한 관절염 치료 바이오복제약인 ‘램시마’에 대한 유럽의약품청(EMA)의 판매 승인이 나는 대로 셀트리온, 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을 모두 매각하겠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자신이 97.3%의 지분을 갖고 있는 셀트리온홀딩스 등을 통해 셀트리온 주식 30.1%를 보유하고 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50.3%, 셀트리온제약의 32.4% 지분을 갖고 있다. 그는 자신의 지분 평가액이 1조7000억 원을 넘는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악성 루머를 퍼뜨리고 주가를 떨어뜨려 차익을 실현하는 비정상적 공매도 세력의 공세에 따른 회사 임직원과 소액주주, 파트너사의 피해를 막기 위해 주식 매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년 동안 432거래일 중 412일에 걸쳐 셀트리온 주식 공매도가 벌어져 8000억 원대의 자금을 투입하며 방어해 왔지만 더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위원회 등에 공매도 관행을 개선해 달라고 수차례 진정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 회장은 ‘창조’라는 슬로건만 내세운다고 창조적 기업이 나오는 게 아니라며 한국의 기업 환경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2000년 직원 2명과 구상한 사업을 중견 기업으로 키우며 다국적 제약회사의 꿈을 다졌지만 우리나라에는 창조 기업에 자금을 공급할 자본시장도, 우리의 모델을 이해해 주려는 노력도 없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서 회장의 주장이 다소 무리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공매도 제도의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태도다.
증권시장 안팎에서는 서 회장의 발언을 놓고 ‘공매도와의 전쟁’이라는 의견과 ‘명예로운 퇴진을 위한 전략’이라는 견해가 엇갈렸다. 셀트리온의 주가는 지분 매각 계획 발표 직후 급등해 전날보다 2400원(5.06%) 오른 4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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