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한 회색의 널찍한 공간 한가운데는 2013 서울모터쇼를 뜨겁게 달궜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3’ 빨간색 모델이 날렵하고 야무지게 서 있었다. 벽에는 뉴 SM5 플래티넘 등 르노삼성자동차의 최근 모델 스케치들이 붙어 있었다.
르노삼성차 디자인센터에서 디자이너들이 가장 오래 생활하고 고민을 기울이는 공간인 모델링 스페이스였다. 르노삼성차는 18일 2009년에 이어 약 4년 만에 경기 용인시 기흥구 르노삼성차 디자인센터를 공개했다.
르노삼성차가 이례적으로 디자인센터를 개방한 것은 이곳이 르노그룹의 아시아지역 디자인을 총괄하는 ‘르노 디자인 아시아’로 승격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성장잠재력이 높은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아시아 고객들이 원하는 스타일과 디자인을 담아 새로운 콘셉트나 스타일을 제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날 디자인센터를 찾은 카를로스 타바레스 르노그룹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르노 디자인 아시아는 전 세계에 위치한 다른 디자인센터들과 창의적인 디자인을 놓고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우리에게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더 크려면 아시아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데 한국의 디자인 센터가 파악해 알려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르노그룹은 27개국에서 온 500여 명이 일하는 프랑스 파리 본사 외에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와 브라질 상파울루, 인도 뭄바이에서 디자인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크고 작은 각 디자인 센터들은 각 핵심 지역 고객들의 스타일과 취향을 담아 디자인에 반영하는 역할을 맡았다.
각국 디자인 센터 중에서도 규모가 큰 편인 르노 디자인 아시아에는 총 44명의 디자이너가 일하고 있다.
디자인팀과 컬러·소재, 디지털 디자인, 모델링, 품질관리를 하는 팀 등으로 나뉘어 자동차의 개념부터 양산에 들어가기까지 모든 과정이 이곳을 거친다. 시장 트렌드에 대해 연구 조사를 하고 디자인에 대한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 이 데이터를 이용한다. 컬러·소재팀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 시장을 겨냥한 컬러와 소재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디지털이미징팀은 완벽한 장비와 시설을 기반으로 양산 2년 전에도 완벽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르노그룹이 강조하는 디자인의 핵심은 ‘인간중심’이다. 로렌스 반덴에커 르노그룹 디자인 총괄부회장은 르노 디자인을 묘사할 수 있는 키워드를 묻는 질문에 주저 없이 ‘휴먼 센트릭(human-centric)’이라고 답했다. 자동차의 성능과 속도도 중요하지만 따뜻하면서도 인간적인 디자인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차 오정선 디자이너가 덧붙였다. “르노의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을 하기 전에 항상 세 가지 단어를 먼저 생각합니다. 단순하고(simple) 따뜻하며(warm) 감각적인(sensual) 디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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