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시승기]귀여운 매력에 한 번, 민첩한 핸들링에 두 번 반할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2일 03시 00분


BMW ‘쿠퍼 SD 페이스맨 올4’

타고 있어도, 보고 있어도 웃음이 배어나온다. 어릴 적 갖고 놀던 장난감 자동차를 크게 부풀려 놓은 느낌의 아기자기한 외관. 동글동글한 헤드램프와 벽시계를 연상케 하는 속도계. ‘그냥 장난감 같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만만치 않은 성능을 뽐내는 반전 있는 차. ‘미니(MINI)’에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지난달 28일 ‘2013 서울모터쇼’ 개막과 함께 출시된 미니 ‘페이스맨’은 미니 브랜드가 BMW그룹에 인수된 이래 선보이는 7번째 모델이다. 여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못지않게 덩치를 키웠다. 문은 좌우 하나씩 두 개뿐이다. 쿠페인지 SUV인지 딱히 성격을 정의하기가 어려운 실험적인 모델이다.

개성적인 외관의 느낌은 차 안에 들어와도 이어진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철제 레일은 뒷좌석까지 이어지는데, 이 레일에 선글라스 케이스나 컵홀더, 휴대전화 거치대 등 다양한 액세서리를 자유자재로 달 수 있다. 내부 인테리어에 고급 재질을 사용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아기자기한 장식과 세심한 표면 처리로 개성을 더했다.

시승에 사용된 모델은 최고급형인 ‘쿠퍼 SD 페이스맨 올(ALL)4’. 2L급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143마력의 최고 출력을 발휘한다.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반응이 재빠르다. 배기음은 다소 거칠지만 귀에 거슬리는 소리는 아니다.

미니 특유의 ‘툭툭’ 튀어나가는 운전 감각은 페이스맨에서도 여전하다. 차체 크기와 무게가 늘어났지만 여전히 ‘고카트’(Gocart·유원지 놀이기구나 초급 레이싱 경주에 사용되는 1인승 자동차)를 운전하는 듯한 느낌이 살아있다.

패들시프트(운전대 옆에 달린 변속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이 차의 재미는 더욱 커진다. 기어를 변속할 때 엔진 출력이 빠르고 확실하게 반응한다. 엔진회전수(RPM)를 최대한 끌어 올려가며 변속하면 좀 더 ‘터프한’ 운전을 즐길 수 있다. 전자장비가 지배하는 최근의 자동차 개발동향 속 에서 이러한 설계는 오히려 반갑게 느껴진다.

스포트(Sport) 버튼을 누르면 움직임이 더욱 민첩해진다. 차체의 흔들림을 막아주는 전자장비인 차체자세제어장치(VDC)의 개입도 거의 느껴지지 않아 노면의 느낌을 운전자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빠른 속도로 굽이진 길을 돌아가다 불안감이 느껴지는 순간에는 네 바퀴를 모두 사용하는 상시 4륜구동(AWD) 시스템이 힘을 발휘한다.

페이스맨의 서스펜션(차체 하단 충격흡수장치)은 미니의 다른 모델에 비해 위치가 낮다. 차체가 높아지며 함께 올라간 무게 중심을 낮추기 위한 설계다. 서스펜션은 상당히 단단하다. 과속방지턱을 넘어갈 때 충격이 그대로 전해지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대신 민첩한 핸들링을 통한 운전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미니는 전통적으로 작은 차를 만들어왔다. 최근에는 SUV ‘컨트리맨’과 페이스맨 등 차체 크기를 키운 차를 내놓으며 시장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골수 ‘미니 마니아’들은 정체성의 훼손을 걱정하기도 하지만, 미니는 설령 트럭을 만들더라도 특유의 재미를 버리지는 않을 것 같다. 쿠퍼 SD 페이스맨 올(ALL)4의 연비는 L당 13.8km. 가격은 5460만 원.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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