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00’과 크라이슬러의 대형세단 ‘300C’. 공통점이란 게 있을까? 300C의 고성능 버전인 ‘300C SRT8’을 시승하면서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페르시아와 맞서 싸우던 스파르타 군대의 모습을 떠올렸다.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최근 유럽 브랜드들에 고성능차 시장의 자리를 점차 내어주면서도 가끔은 무시하기 어려운 저력을 발휘할 때가 있다. 크라이슬러의 고성능 브랜드인 ‘SRT’는 이러한 저력을 엿볼 수 있는 차들을 내놓으며 자동차 마니아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다.
지난해 9월 국내에 출시된 300C SRT8은 6.4L급에 달하는 8기통 대배기량 엔진을 장착했다. 크라이슬러 엔진 기술의 정점, 헤미(HEMI) 엔진이다. 이 엔진의 기통(실린더) 덮개가 ‘반구형(Hemispherical)’의 형상을 띠고 있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야구공을 반으로 자른 듯 한 올록볼록한 덮개는 가속페달을 밟으면 가솔린을 연소실에 힘차게 뿜어내며 최고 출력 472마력을 뽑아낸다.
300C SRT8의 엔진룸은 전쟁을 방불케 할 만큼 치열한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지만, 실내에서는 이러한 소란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시속 100km까지 4초 남짓에 도달하는 이 차가 고성능 모델임을 깨달을 수 있는 건 운전자도 모르는 사이 순식간에 치켜 올라간 속도계가 눈에 들어왔을 때다. 너무 속도를 낸다 싶으면 ‘브레이크의 명가’ 브렘보의 퍼포먼스 브레이크가 흔들림 없이 순식간에 차를 세웠다.
‘SRT(Street and Racing Technology)’라는 브랜드가 담고 있는 본질은 레이싱이다. 300C SRT8의 디스플레이 스크린에는 이 차의 주행 중 중력가속도의 변화를 보여주는 기능이 있다. 레이싱대회의 경주차처럼 주파 시간과 속도를 잴 수도 있다. 턱시도를 입은 점잖은 신사 같은 외관과 대조적인 요소다.
고급스러움이 필수인 대형세단의 본령에도 충실하다. 9개의 에어백을 포함한 다양한 안전장치와 앞 차와의 거리를 측정해 자동 정속주행(크루즈컨트롤) 중 앞 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속도를 줄여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을 달았다. 자동변속기의 기어 수는 5단. 6단을 넘어 8단 변속기가 대중화되고 있는 최근 추세에 비춰볼 때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연비는 L당 6.9km. 차체 크기와 배기량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가격은 8150만 원으로 400마력 이상의 동급 고성능 수입차 중 가장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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