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추심 악몽 벗어… 재기 희망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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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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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기금 가접수 첫날 1만여 명 몰려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 가접수가 시작된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마련된 접수창구가 신청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 가접수가 시작된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산관리공사(캠코)에 마련된 접수창구가 신청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추심업체에 시달렸던 지난날은 악몽 같았습니다. 빚을 조금만 깎아주시면 파출부 일이라도 해서 열심히 갚겠습니다.”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산관리공사(캠코). 본사 3층에 마련된 40개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신청 접수창구에는 오전부터 채무조정을 신청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신청 가접수가 시작된 이날 오전, 캠코 본사에만 300여 명이 몰렸다. 창구를 찾은 신청자 중 상당수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이었다.

송모 씨(62·여)는 오전 7시 30분부터 줄을 서 기다린 끝에 상담 기회를 잡았다. 13년 전 운영하던 제과점이 망하면서 생긴 2000만 원의 빚이 아직도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송 씨는 “친척집을 떠돌며 끼니 때우기에 급급했다”면서 “국민행복기금으로 빚을 탕감 받을 수 있다니 정말 반갑다”며 울먹였다.

건설 일용직에 종사하는 이모 씨(60)는 하루 일을 접고 국민행복기금 채무신청을 하기 위해 창구를 찾았다. 운영하던 슈퍼마켓이 어려워져 2008년 문을 닫은 뒤 수입이 끊겼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증 중이염을 앓게 되면서 빚더미에 앉게 됐다. 카드 빚과 은행 빚을 합친 500만 원은 신용회복기금으로 갚았고,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남은 대부업체 빚 500만 원을 처리할 계획이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신용회복위원회 본점에도 오전부터 신청자들이 몰렸다. 신복위는 11개 창구에 상담직원을 배치해 채무조정 신청자들을 맞이했다. 일부 공공기관 본점과 달리 국민은행, 농협은행 등 시중은행에 마련된 국민행복기금 창구들은 하루 종일 한산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날 접수한 채무조정 신청건수는 모두 1만2367건에 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고용부와 연계하는 취업지원 프로그램과 취업성공 패키지를 꾸준히 지원해서 국민행복기금 수혜자가 자립할 때까지 책임지고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이날 캠코 창구를 찾아 “국민행복기금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빚의 늪에서 시달리는 분들이 행복기금으로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신용회복과 연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행복기금이 빚 탕감에 그치지 않고 재기의 발판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 금융위는 채무조정에 합의한 후 불가피한 이유로 3개월 이상 빚을 갚지 못한 ‘중도탈락자’ 구제 방안도 내놓았다. 나중에 소득이 생겨 행복기금 채무조정을 다시 신청하면 2차 조정을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 ‘중도탈락자’는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면 채무조정 약정이 무효가 돼 감면받은 빚까지 모두 갚아야 한다. 또 연체이자, 기타 비용까지 모두 갚아야 하지만 금융당국은 일단 이들에게도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다만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2차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빚 탕감률을 최초 감면율보다 줄일 예정이다.

국민행복기금 채무감면율은 채무 상환 능력, 채무자 연령, 연체 기간 등을 고려해 11구간으로 세분했다. 가접수 기간에 신청하면 채무감면비율을 10%포인트가량 우대해준다. 빚을 50% 감면받을 사람이 6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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