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에 몰린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과 관련해 정치권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채권 발행 한도를 자본금 등의 8배로 늘려주는 법안을 내놨다. 코레일은 구조조정과 같은 자구 노력없이도 ‘구멍난 자본금’을 메울 수 있어 잘못된 사업에 대한 면죄부만 준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윤후덕 민주통합당 의원 등 여야 의원 10명은 현재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액의 2배 이내인 코레일의 공사채 발행 한도를 8배 이내로 늘리는 내용의 한국철도공사법 개정안을 18일 발의했다. 윤 의원측은 “6월 열리는 국회에서 해당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권 발행 한도가 늘어날 경우 코레일은 용산 사업 파국으로 인한 자금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코레일이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재무 상황에 따르면 용산 사업을 최종 해지할 경우 코레일은 2000억 원 정도 자본잠식 상태가 된다. 이미 공사채 발행 한도가 찬 상황이어서 추가 발행이 어려워 본업인 철도 운영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코레일은 이 때문에 얼마 전 용산 사업에 판 차량기지를 되찾아오기 위해 자금 5470억 원을 마련할 때도 공사채 발행 대신 시중 은행에서 대출했다.
국토교통부는 정치권의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국토부는 당초 용산 사업이 최종 무산될 경우 코레일 측에 인원 감축과 경비 절감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전제로 채권 발행 한도를 4배까지 늘릴 방침이었다. 김경욱 국토부 철도국장은 “국회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코레일의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반면 코레일은 구조조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무조건 인원을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이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만큼 이에 맞는 경영 효율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행정학)는 “공기업 채권 발행 한도는 기업의 전체 경영위험성을 파악해서 정해야지 용산 사업과 같은 한두 가지 문제로 한도를 대폭 늘려주는 건 안 된다”며 “공기업의 빚은 결국 국민 빚이 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코레일 공사채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8배로 정한 것도 논란거리다. 개정 법률안을 공동 발의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다른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우 발행 한도가 자본금 등의 10배라 그렇게 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면 국토부 측은 “토지 등 자산이 많은 LH와 철도 운영 적자가 나고 있는 코레일은 상황이 다르다”며 한도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코레일은 23일 용산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와 맺은 토지매매계약을 해지하고 29일 사업협약을 해제해 사업 청산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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