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경복궁옆 7성급호텔 국회서 개정안 통과 안돼 표류
동부그룹 토마토 수출 사업… 농민단체 반발에 결국 손떼
산업계는 법에 명문화된 규제가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이나 노동계, 지방자치단체, 각종 이익단체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이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각종 규제조항과 ‘정서법’이 뒤섞인 ‘덩어리 규제’의 부작용을 놓고 일각에서는 “손톱 밑 가시가 아니라 목구멍 가시가 문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한항공이 서울 경복궁 옆에 7성급 호텔을 지으려다 사업계획이 무기한 보류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한항공은 2008년 종로구 송현동의 땅을 사들여 이 터에 최고급 한옥식 호텔을 지으려 했다. 하지만 ‘학교 주변 200m 안에는 관광숙박시설을 세울 수 없다’는 관광진흥법의 규정에 가로막혀 건설은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지난해 9월에야 기업투자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이 규제를 풀어주기로 했다. 유흥주점, 도박장 같은 시설만 두지 않으면 학교 주변에도 호텔 신축이 가능하도록 법을 바꾼 것이다.
하지만 이 법률 개정안은 야당 등의 반대에 막혀 여전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돼 있다. 정부 규제의 걸림돌을 힘들게 넘었더니 다시 정치권이라는 ‘높은 산’에 부딪힌 셈이다. 장벽은 또 있다. 설령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더라도 대한항공은 호텔 신축을 위해 건축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의 허가를 따로 받아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관광산업 투자가 첩첩이 쌓인 ‘규제의 사슬’에 막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규제가 아닌 이익단체의 반대로 기업들이 사업을 접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동부그룹 계열사 동부팜한농은 최근 경기도에 초대형 유리온실을 지어 토마토를 재배하려 했다가 “대기업이 농사까지 지으려 한다”는 농민단체의 저항에 부딪혀 결국 지난달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동부그룹 측이 “국내 시장에는 절대 여기서 키운 농작물을 유통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지만 농민단체 등의 거센 압박에 속수무책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경제위기 상황에 정작 어렵게 투자 결정을 해도 참견하는 시어머니가 한둘이 아니다”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경기회복과 기업의 투자 확대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정부는 다음 달 중 대규모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번 대책에 △수도권 공장 신·증설 등 입지규제 완화 △중소기업의 노후설비 투자에 대한 지원 △각종 세제 지원 및 정책자금 지원 방안 등이 폭넓게 담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재부는 이와 별도로 5월 말에 서비스 산업의 규제 완화 방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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