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기준금리 동결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펼치는 ‘경기 낙관론’이 연일 화제입니다. 김 총재는 24일 강원도청에서 열린 ‘아카데미 강원’ 강연에서 “한국 경제가 올해 상반기(1∼6월)에 전기 대비 0.8%의 성장률을 나타내며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11일에도 김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을 설명하며 1분기(1∼3월) 성장률을 0.8%로 예상했습니다. 소비 등의 지표가 좋지 않았고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3%로 대폭 끌어내린 뒤여서 김 총재의 경기인식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설비·건설 투자가 개선됐고 수출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25일 한은이 공식 발표하는 1분기 성장률(속보치)이 김 총재의 공언대로 0.8% 또는 그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성장세가 미약하다’던 11일 한은의 경기 진단도 22일 국회 업무보고에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로 바뀌면서 경기회복 쪽에 조금 더 무게가 실렸습니다. 일단 지표상으로는 틀리지 않습니다. 지난해 1분기 0.8%였던 성장률은 2분기(4∼6월) 0.3%, 3분기(7∼9월) 0%로 고꾸라진 뒤 4분기(10∼12월) 0.3%로 소폭 반등했습니다. 1분기 성장률이 0.8% 선을 보이면 경기가 바닥을 치고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가능해 금리를 동결한 한은의 결정이 정당성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착시효과 때문이라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지난해 3, 4분기 성장률이 워낙 낮았던 탓에 이른바 ‘기저효과’로 전기 대비 성장률이 높게 나온 것일 수 있다는 겁니다. 정부 관계자는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는 높겠지만 김 총재가 금리를 동결할 때 한 ‘물이 반이나 찾느냐 반이 비었느냐’란 말처럼 보는 시각의 문제”라며 “이를 근거로 연간 경기 흐름을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합니다.
한국 경제에는 현안이 산적해 있습니다. 김 총재도 이날 강연에서 “엔저 현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지금보다 앞으로가 문제”라고 우려했습니다. 또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 등으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한은이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지켜내면서도, 한국경제가 맞닥뜨린 난제를 해결하기 하는 데 어떤 식으로 힘을 보탤지 주목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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