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노예’, 구매자 3명 중 1명 “할부금 갚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29일 11시 06분


루이뷔통, 샤넬 등 값비싼 외국명품을 구입한 소비자 3명 중 1명은 할부금을 갚느라 고생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20세 이상 수입명품 구입자 500명을 대상으로 '외국명품 브랜드 구매 행동'을 조사한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29.8%는 '명품을 카드 할부로 구입 후 할부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10명 중 4명은 '돈이 모자라 짝퉁 상품 구입을 고려해봤다(37.5%)'고 답했으며, '돈이 없어 중고품 구입을 생각해봤다'는 답변도 24.3%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는 "고가 사치품 시장규모가 지난해 5조 원을 넘는 등 국내 명품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며 "명품의 대중화를 일으킨 가장 큰 이유가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한다는 밴드왜건 효과인데 이로 인해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남을 따라 무리하게 명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명품 구입자의 75.3%는 '요즘 명품을 구입하는 것이 예전만큼 특별한 일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예전과 비슷하다'는 답변은 19.6%, '그렇지 않다'는 답변은 5.1%로 조사됐다.

또 구입자의 40.3%는 '남들이 갖고 있어서 명품을 구입했다'고 답했으며, '그렇지 않다'는 답변은 28.8%로 나타났다.

한편, 소비자의 대다수는 향후에도 외국명품을 계속 구입할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2년간 외국명품 구매횟수에 대해서는 '줄었다(24.0%)'는 응답이 '늘었다(23.5%)'는 답변보다 다소 많았지만,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답변이 52.5%로 과반을 차지했다.

구입한 품목으로는 '가방·지갑 등 피혁제품(92.8%)'이 최다였고, 이어 '시계 및 액세서리(52.0%)', '패션의류(36.0%)', '구두(27.8%)' 등이 뒤를 이었다.

향후 구입계획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4.8%가 '계속 구입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구입시기로는 '6개월~1년 내(36.9%)'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대한상의는 "경기침체에도 명품소비가 위축되지 않는 것은 명품구입이 이미 일상화된데다 명품을 더 수월하게 구입할 수 있는 쇼핑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은 고가의 외국명품 구입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동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방법에 대해 '인터넷, 백화점, 면세점 등 가장 저렴한 곳을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았다'는 소비자가 63.8%였고, '주로 세일기간에 명품을 구입했다'는 소비자도 53.5%로 절반을 넘었다.

가격에 대해서는 대다수 소비자들이 '품질에 비해 높은 편(84.8%)'이라고 답했고, 그 이유로는 '브랜드의 고가전략(46.0%)', '브랜드 명성(35.1%)', '희소성(5.6%)' 등을 꼽았다.

외국명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대해서는 '브랜드 파워가 있다(58.0%)'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이어 '비싼 가격(55.3%)', '우수한 품질(46.5%)', '뛰어난 디자인(43.0%)', '희소가치(32.8%)' 등이 차례로 꼽혔다.

김경종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명품은 소비자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과소비를 조장하고 외화의 국외유출을 부추기는 부정적 측면도 존재한다"면서 "무조건적인 해외명품 선호보다는 경제적 수준에 맞는 합리적 소비문화 정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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