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 이베이 호주 사장에 공식 취임하는 이베이코리아 박주만 사장은 본사로부터 ‘한국식 성장 모델을 호주에 전파하라’는 특명을 받았다. 2005년 옥션 사장에 이어 2011년 이베이코리아 사장을 맡은 그는 거래량을 9배 이상으로 성장시켜 월평균 방문객 3000만 명에 이르는 유통채널로 키워냈다.
박 사장은 “한국에서의 성공 사례를 호주에서도 재현해 한국에서 성장한 리더급 인재들이 글로벌 무대에서도 활약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K유전자 무장한 ‘K임원’ 뜬다
최근 주요 글로벌 기업 가운데 한국 지사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본사나 해외 주요 거점 지역으로 승진해 파견되는 한국인 임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눈높이가 높은 한국인 소비자들에 맞춘 서비스 정신, 위기관리를 위한 순발력, 새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 자세 등의 강점을 갖추고 있다. 최근 각 글로벌 기업이 영업 대상으로 삼는 한국 고객사들의 중요도 역시 커지고 있어 ‘K임원(임원의 한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글로벌 화장품업체 로레알은 올해 초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사가 있는 중국 상하이에 ‘럭셔리 리테일 서비스’를 담당하는 팀을 새로 만들었다. 이 팀은 백화점 등 고급 유통채널에서 최고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 내용을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름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이 조직의 사령탑을 한국인 임원이 맡았다.
최근 키엘 브랜드의 뉴욕 본사 수석부사장으로 임명된 이선주 로레알코리아 상무도 대표적인 ‘K임원’으로 꼽힌다. 7년 전 키엘 브랜드매니저로 취임한 이후 백화점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이 상무는 새로운 시장에 적응하는 유연성과 열정을 높게 평가받아 왔다.
한국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정보기술(IT) 관련 업체에서도 임원들의 영전 사례가 잦다. 한국HP에서 하드웨어 사업부를 총괄하던 전인호 부사장은 지난해 2월부터 아시아태평양·한국·일본 BCS사업부를 총괄하는 총괄부사장을 맡고 있다. 전 부사장은 특히 꼼꼼한 서비스 관리 능력을 높게 평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휘성 한국IBM 사장은 1월 중국 인도 등 신흥 시장을 포함한 140개국을 관할하는 IBM 본사 성장시장 전략담당 부사장으로 이동했다.
○ 똑똑한 인재, 세계를 누비다
제약업계는 최근 임원 영전 사례가 가장 잦은 업종으로 꼽힌다. 한국화이자제약 인사부 총괄 김은주 상무는 2월 화이자 인사부 아시아태평양·동남아시아지역 총괄로 승진했다. 스페셜티케어 사업부에서 백신 마케팅팀을 이끌어 온 조윤주 이사도 이달 초 백신 담당 아시아지역 마케팅 총괄로 임명됐다. 김 상무는 “기업 간 경쟁이 가열되고 시장 변화가 빨라지면서 위기 상황에서 발휘되는 저돌적인 추진력 등 한국인의 특질이 점점 필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한국법인의 김진호 대표는 지난해 12월 GSK그룹 수석부사장으로 승진해 북아시아지역본부를 총괄하게 됐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머크의 한국법인 한국MSD에서 당뇨 및 심혈관계 사업본부 임원으로 활약하던 김상표 상무는 2월 미국 머크 본사에서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GHH그룹 상무로 임명됐다. 김봉준 한국다케다제약 상무도 1월 글로벌 마케팅 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글로벌 인사컨설팅회사 타워스왓슨 한국지사에서 부사장으로 일하다 2011년 말 동남아시아지역본부 인사조직컨설팅 리더로 옮긴 최현아 부사장은 “성장세가 높은 동남아 시장을 주시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에서 한국인 임원들에 대한 수요가 특히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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