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5개 공공기관의 경영실적이 30일 공개되면서 공공기관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정부 때 임명된 공공기관장을 새 정부가 솎아낼 수 있는 ‘기준’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원칙을 중시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로 봤을 때 기관장을 교체하더라도 일정한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5년 전 이명박 정부 초기에 공기업 기관장들에게서 일괄 사표를 받는 과정에서 정부가 무리수를 두면서 비판적인 여론이 비등했던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대통령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공공기관 부채를 모두 공개할 것을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공공기관 부채 증가 등과 관련해 새 정부는 사실에 기반을 두고 합리적으로 풀어가는 방향으로 하겠다”면서 “그러면 이런저런 논쟁이 필요 없게 되고 기관에서는 더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채 등 숫자로 나타난 경영실적에 따라 인사를 하면 5년 전과 같은 잡음을 피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정보 공개를 통해 경영진의 잘못을 가려 과거의 ‘낙하산 인사’를 걸러내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관장 유임 여부를 가늠할 주요 잣대로 공공기관 경영실적과 함께 기획재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공기업 경영평가(경평)를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평의 평가 대상에는 경영실적 외에 경영 효율화, 기관장 리더십, 노사 관계 등 비계량적인 요소도 포함돼 있다. 올해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117개 중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기관장이 취임한 지 6개월이 안 되는 6개 기관을 제외한 111개 기관이 경평을 받는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무 현황 등 객관적인 경영성적표에 대해서는 기관장들이 문제 제기를 하기 힘들기 때문에 기관장 인사에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은 지난주 공공기관들의 경영실태에 대한 서면평가를 마무리했다. 평가단은 해당 공공기관들로부터 실적보고서를 제출받아 분석한 서면평가 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 대상에는 기관장 외에 상임감사 58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평가단은 5월 중순까지 평가 대상 기관과 기관장, 감사 등에 대해 인터뷰와 현장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최종 경영평가 결과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6월 20일경 발표될 예정이다.
공기업들은 경영평가를 잘 받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일부 공기업은 평가 6개월 전부터 경평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기관장 평가점수를 높게 받기 위해 총력전에 돌입했다. 기재부는 159명의 평가단 명단까지 비공개로 하면서 내밀하게 평가작업을 하고 있다. 평가단을 대상으로 기관들이 로비를 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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