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에 처한 STX조선해양에 대해 6월 초 감자(減資) 후 출자전환 조치가 내려진다. STX조선해양을 대우조선해양에 위탁경영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KDB산업은행장은 30일 "STX조선해양은 표준화된 절차에 따라 실사가 끝나는 6~7주 뒤 동 결과를 토대로 경영정상화 방안이 마련되며 필요시 '감자 후 출자전환'에 들어갈 수도 있다" 고 밝혔다.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수를 줄인 뒤 은행이 빌려준 자금을 자본으로 바꾸는 것이다. 회사는 회생의 기회를 잡은 셈이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손해가 불가피하다.
○ 구조조정 개시…기존 주주 손해 불가피할 듯
산은과 6개 채권은행은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STX조선해양에 6000억 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6월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자금과 선박 제작 등에 필요한 운영자금으로 쓰기 위해서다. 하지만 채권단은 이 정도 지원으로는 정상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감자 후 출자전환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 기업에 적용하는 절차다. STX조선해양은 워크아웃보다 낮은 수준의 구조조정 절차인 ‘자율협약’이 진행되고 있지만, 사실상 ‘워크아웃’에 준하는 관리를 통해 회사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채권단의 포석이 깔려 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이 지원한 6000억 원과 추가 지원금은 주식으로 전환된다. STX조선해양으로서는 채권단에서 빌린 자금을 갚아야 하는 부담이 줄어든다. 채권단은 대주주 자리에 오르지만 강덕수 STX 회장을 비롯한 기존 주주의 보유 지분 비중은 줄어든다.
채권단은 현재 진행 중인 자율협약 실사를 통해 감자비율 및 추가지원에 따르는 출자전환 비율을 산정하고 있다. 이 비율이 정해지면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확정하게 된다. 이로써 STX조선해양이 회생할 가능성은 커졌지만 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산 주주들의 손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대우조선해양 위탁경영도 검토
STX조선해양의 매각 가능성에 대해 홍 회장은 “앞으로 자금이 얼마나 더 필요할지도 모르는데, 요즘 같은 시기에 사겠다고 나설 곳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산은은 출자전환을 통해 대주주가 된 뒤 STX조선해양의 경영을 대우조선해양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실사가 끝나는 대로 위탁경영 여부를 채권단 회의에서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은이 31.3%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산은 측은 국내 조선소 수주잔량 기준 세계 2위인 대우조선해양이 4위인 STX조선해양을 위탁경영하면 경영효율성이 크게 높아져 시장 지배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제안이 채권단 회의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STX조선해양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는 있지만 수주잔량이 세계 4위에 이를 정도로 일감이 충분해 시너지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회의론도 있다. 강 회장이 STX조선해양 지분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며 ‘백의종군’에 나선 만큼, 채권단이 전문경영인인 강 회장에게 지휘봉을 맡길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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